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처한 ‘무제한’ 기자간담회가 2일 오후 3시30분부터 3일 오전 2시15분쯤까지 대략 100개 질문을 거쳐 끝났다. 조 후보자는 11시간 동안(휴식시간 포함) 홀로 기자들 질문에 즉답해야 했으나 통상 인사청문회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해명에 할애했다. 여야 합의 실패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가장 질문이 집중된 사안은 예상대로 후보자 일가 사모펀드 투자와 딸 입시 관련 의혹이었다. 조 후보자는 본인은 사안을 잘 알지 못했다며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사모펀드 의혹은 투자기업이 관급공사를 수주한 데 조 후보자가 관여하거나 후보자 ‘이름값’이 사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부터 조 후보자 5촌 조카가 펀드 운용사 실 소유주라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10억여원의 투자를 1년에 1~2번 보는 5촌조카 말만 듣고 결정하면서 출자 약정금액을 74억5000만원으로 설정한 데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경제 문제는 제 처가 관리해 상세 문제는 모른다”면서도 “고위공직자로서 재산신고를 총 3번 정도 했고 재산기록을 모두 국회에 제출했다. 불법이라 생각했다면 신고 아예 안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5촌조카 해외 출국이 도피성이란 의혹엔 “왜 도망갔는지 저도 모르겠다”, 관급공사 수주는 “개입한 적 없다”, 위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련 검증 절차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드릴 수 없다. 민정수석실 또는 청와대 검증에 대해선 예스 노 자체를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 2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에 참석 중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 2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에 참석 중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딸이 고등학생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수사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은 2007년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 인턴 뒤 2009년 병리학 영어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우선 인턴십은 “딸이 재학 중이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가 참여했다”고 선을 그었다. 논문 제1저자 등재는 “당시 1,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교수 재량에 달려있었던 거 같다. 우리 사회 연구윤리가 ‘황우석 사태’ 계기로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논문이 딸의 고려대 입학에 도움됐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후보자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시절,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 관련 논란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명이 아니라 아이나 집안 문제에 소홀한 남편이자 아빠였다고 고백”한 것이다.

“앞서 (딸 관련) 법적 문제는 없었다는 해명을 듣고 더 무력해진 국민이 있다. ‘대물림 세계’가 법적 문제 없이도 견고하게 쌓여있다는 것”이라는 질문에는 “부정입학 의혹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법·합법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비하면 저나 제 아이가 혜택을 누렸다고 본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 맞다. 세상에서 저를 ‘강남좌파’라 부르는 것도 맞다”며 “아무리 고민했고 공부했더라도 실제 흙수저 청년들의 마음과 고통은 10분의1도 모를 것이다. 제 한계”라며 “‘가진 자’이지만 무언가 해보려 한다. 도와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저희 아이와 비슷한 나이 김용균씨는 산업재해로 비극을 맞이했다. 저희 아이가 얼마나 혜택받은 사람이겠는가 모를리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가 ‘본인 소명’이라 여러 번 강조한 사법 개혁과 관련해서는 “법안이 어떻게 타협되고 절충될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 3권분립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최초로 이뤄졌던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두 분의 합의안 정신에 따라 법률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수사관계 협력을 만들어내는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검찰 개혁이 많이 얘기됐지만 한 번도 제도화된 적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룰 수 있는 게 지금 밖에 없다고 절실하게 느낀다”며 “법안 통과 과정에서 법무부의 각종 전문지식을 동원해 미비점을 보완해 보조하겠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알면서 고의로 보도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사청문준비단에서 셀 수 없는 보도자료를 냈다. 딱 하나만 꼽는다면 제가 어느 여배우의 스폰서라는 것이다. 또 저희 딸아이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는 것. 특히 “밤 10시에 혼자 사는 딸아이 집 앞에서 남성(기자)들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다더라. 그럴 필요가 어디있나”라며 “제 집앞은 괜찮다. 딸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달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후 조 후보자는 감정을 다잡으며 “감정적으로 욱해서 미안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정신질환자 인권·표현의 자유·미성년자 의제강간 입장 등 논란에 “오해”

지난달 발표한 일부 정책이 인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본의와 다르게 왜곡되거나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사안은 즉답을 피하거나, 현행법보다 발전한 법 제도가 필요한 이유나 대안 등 구체적 설명이 부족했다.

먼저 ‘정신질환자 범죄 대책’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차별 조장 정책이라는 지적에 조 후보자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거 같다”며 “정신질환자는 치료의 대상이다,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반복했다. 정신질환자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 분들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분들을 감옥에 넣어서 꽁꽁 묶어두자고 한 게 아니다. 본의와 관계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고 있다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겠나. 예방 조치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 해명했다.

‘폭력을 동반한 표현의 자유’ 엄단과 관련해선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목소리 들릴 정도로 시위를 해도 억압하거나 진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 여러 군데에서 폭력적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밖에 없다”며 “집회·시위를 억압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주말에 광화문, 세종로, 청와대 앞에서 항상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데 문재인 정부가 불허하거나 진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고의를 갖고 명백한 허위정보를 조작해 퍼뜨리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걸 불처벌하라는 건 이상하지 않겠나”라며 “최근에 어떤 사건 고발해서 유죄판결 받은 사건 있다. 그분이 조국이 여제자와 불륜관계 맺고 있다고 계속 썼다. 또 제가 어떤 여배우의 스폰서라고 한다. 제가 감내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한 데 왜 추가적인 대응을 언급했는지, 허위조작정보의 ‘고의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추가 질문에는 “질문에 답이 있다. 현행법상 불법을 집행하면 된다”고 답했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성폭력 관련 법체계에 대한 입장 질문도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법률신문’ 6월 기고에서 현재 13세 미만과의 성관계 등을 처벌하는 의제강간 연령 상향에 반대했다(미성년자 의제강간·강제추행 연령개정론)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해 8월 ‘지속적 성희롱의 경범죄화 제안’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는 국가형벌권의 과잉과 형벌만능주의 등을 들어 직장 내 성희롱의 경범죄화를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반대’ 질문에 “오해가 있는 거 같다. 나이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이 있고 유지하는 방안이 있는데 저는 나이 구획을 더 세밀하게 쪼개자는 것”이라며 “미성년자 성을 탐하는 사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관계가 무엇인가를 따지자는 것이지, 미성년자의 성을 보호하지 말자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 경범죄화 관련해선 “여러 학문적 논쟁이 있는데 당시 글을 쓸 때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경범죄에 넣는 것이라고 본 것이고, 성희롱 관련 처벌하는 별도 법률 두 가지 방안을 다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경범죄 처벌 조문을 넣자고 제안한 글”이라며 “성희롱 범위가 매우 넓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노동법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중한 경우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소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강제 단속·추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불법체류문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노동자가 없으면 특히 지역의 3D업종이 돌아가지 않는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과 경제부처가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일률적 단속이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력 수급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아무리 외국인, 난민,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 있다.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 수준은 됐다고 본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의 경우 “오랫동안 논쟁이 많은 사안이다. 인권단체나 법무부 차원에서 여러 논쟁 있지만 한마디로 찬성한다 반대한다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법조문 내용을 하나하나 봐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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