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다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데다 파업전야에 접어든 현대모비스를 찾아 “새 일자리를 만든다”며 사측을 크게 격려했다. 노동자들은 ‘하청비정규직이 전국 모비스공장을 채우는 현실을 모르느냐’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 이화일반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전기차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현대모비스가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해외사업장을 국내로 복귀시켜 울산으로 이전했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국내 복귀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연면적 6만 2060 제곱미터 규모의 공장을 만들어 800명을 새로 채용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기공식에 자리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모비스를 격려하려는 정부 차원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대다수 일자리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노동조건도 열악한 비정규직이다. 현대모비스는 울산 등 12개 지역에 공장을 뒀는데, 진천과 창원공장만 빼고 생산·모듈·물류를 모두 외주화했다. 금속노조 현대모비스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공장 가운데 직영 2곳을 빼면 하청비정규직이 100% 가까이 채우고 있다. 반면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정규직 직원과 2배 이상 차이 난다. 김다운 금속노조 충남지부 정책국장은 “새 울산공장에서 생기는 일자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 전기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격려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 전기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격려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현대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구나 사측과 임금체계를 놓고 파업 위기에 놓였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을 줄이고,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안을 내놨다. 노조는 “정규직과 임금과 고용, 복지 부분에서 다 차별받는 상황에서 원청의 임금악화 지침까지 따라야 하느냐”며 반발한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아산·아산물류·천안지회는 오는 3일 교섭이 결렬되면 6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다운 정책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 모비스 공장에서 누가 일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모비스가 벌어들이는 이익은 비정규직 손에서 나오는데, 이들은 언제든 사측이 ‘날릴’ 수 있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 원청 모비스와 교섭할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정부는 ‘모비스 공장이 한국에 돌아와 감지덕지’라 여길지 모르지만, 공장이 세워지면 마치 국민 고용이 보장되는 것처럼 홍보·장려하는 일자리 정책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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