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대표이사 방용훈)에 입주한 피트니스 센터 ‘클럽K’가 회원들에게 고액 이용권 요금을 받고 센터를 폐쇄해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고객들은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센터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클럽K는 헬스 트레이너 등 클럽K에서 일하는 직원들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임금을 받지 못한 일부 직원들은 클럽K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이뿐만 아니다. 클럽K 대표 김모씨는 코리아나 호텔에도 임대료를 1년 이상 미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수도 요금, 지방세, 가스세 등 각종 미납금 등을 합치면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미디어오늘이 코리아나호텔 4층에 위치한 클럽K를 방문해보니 이미 헬스 기구 등 시설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심지어 코리아나호텔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는 4층을 갈 수도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이 막혀 3층에서 내려 비상구를 통해 클럽K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4층에 위치한 클럽K 내부 모습.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4층에 위치한 클럽K 내부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5년 보증 조건으로 1000만원 대 보증금을 지불한 클럽K 회원 피해자 A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의 만남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클럽K 측이 회원들에게 각종 공사를 핑계로 센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가 갑자기 폐쇄한 것에 분노했다. 

A씨는 “지난 5월부터 센터에 보일러가 고장 났다, 배관 공사를 한다, 재공사를 한다는 식으로 7월까지 수차례 센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문자를 보냈다”며 “알고 보니 7월에 이미 헬스장 기구들을 모두 다른 업체에 판 상태였고 갑자기 폐업했다”고 말했다. 

A씨는 “회원들 요금 외에도 트레이너 임금도 밀렸다고 하고 각종 수도요금과 미지급금 등이 수억원대였다”며 “회원들 외에도 센터에 입주한 이발소 등 다양한 업체가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클럽K 회원은 보증회원과 일반회원 두 종류로 나뉜다. 보증회원의 경우 A씨처럼 1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낸 회원들도 다수다. 

복수의 클럽K 회원과 직원들에 따르면 A씨 말대로 임대료, 수도요금, 지방세, 세탁비, 락커 사용비 등 클럽K의 다양한 미지급금이 수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피해 회원 B씨는 “각종 미납금에 헬스클럽 전단지를 돌리는 아주머니들의 임금도 포함됐다”며 “나이 드신 분들이 하루벌이로 하는 전단지 아르바이트였는데, 이것까지 지급하지 않다니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클럽K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클럽K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현재 클럽K에 피해를 본 회원들은 카카오톡에 피해자 모임방을 개설해 클럽 대표 김씨 등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400여 명이 고소를 진행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피해를 본 것은 회원들뿐 아니다. 클럽K에서 일했던 직원들도 서울지방노동청에 임금 체불 관련 진정을 넣었다. 이들은 대표 김씨 지시에 따라 주5일 동안 8시간 이상 업무를 수행해왔다. 

대표인 김씨는 한 직원에게 3개월 동안 임금을 미지급했고, 또 다른 직원에겐 5개월 이상 임금을 미지급했다. 어떤 직원에겐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직원들은 정당한 임금과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법정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진정을 넣었고 이미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클럽K에서 일했던 직원 D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의 만남에서 “원래는 다른 센터에서 일했는데 내가 이곳으로 옮긴다고 하니까 회원들도 함께 왔다. 나를 믿고 온 회원들도 이 센터에서 피해를 봤다”며 “나 때문에 회원들이 피해를 보게 돼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클럽K 방치한 코리아나호텔도 문제”

피해자들은 클럽K도 문제지만 이를 내버려둔 호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클럽K가 호텔에 지급해야 할 임대료가 밀렸는데도 호텔이 방관했다는 것. 회원비가 고액이었지만 ‘코리아나호텔’ 이름을 믿고 등록했는데 이런 봉변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피해 회원 A씨는 “클럽K가 호텔 측에 1년이 넘게 임대료를 못 내고 있는데 그렇다면 호텔 측에서 어떤 조처를 했어야 했다”며 “진작 클럽K에 계약해지를 통보했어야 했고 이를 회원들에게 공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회원 B씨도 “유명한 호텔 헬스장이니까 안심해서 회원비를 지불했다”며 “공사한다고 문자가 온 날에도 회원들끼리 ‘이상한 일은 없을 거다’라고 안심했다. 호텔 이름을 보고 등록한 건데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회원 C씨도 “이 호텔 헬스장은 동네 헬스장 수준이 아니다. 회원이 1300여 명인데 이 정도로 문제가 있을 줄 몰랐다”며 “폐업하겠다는 문자에도 아무런 보상책이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코리아나호텔 1층에 놓인 층별 안내. 4층에 클럽K가 있다는 안내가 있다.
▲코리아나호텔 1층에 놓인 층별 안내. 4층에 클럽K가 있다는 안내가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클럽K 관계자들은 잠적한 상황이다. 미디어오늘은 클럽K 대표 김씨와 여전히 코리아나 호텔 9층에 입주해있는 김씨의 아들 신모씨, 클럽K 회원들에게 직접 공지 문자를 보낸 지배인 백모씨에게도 전화와 문자를 통해 여러 번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코리아나호텔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코리아나호텔 측은 28일 미디어오늘에 “센터에서 임대료 및 공과금이 밀려 있다고 해서 임의로 곧바로 건물을 명도를 받는다거나 영업하지 못하도록 조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증금이 남아 있고 회원들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즉각적 법적 절차 착수가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호텔 측은 “호텔은 센터 내부 사정에 관여할 수 없어서 회원들의 입회비 내용이나 직원 급여 미지급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타인이 운영하는 회사업무 등에 대해 호텔 측에서 관여하거나 그에 따른 조처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텔 측은 현재 센터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코리아호텔휘트니스(클럽K)를 상대로 법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클럽K센터의 전경.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클럽K센터의 전경.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회원들은 클럽K가 오랫동안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클럽K를 방치하고, 클럽K의 대표 김씨의 아들 신씨가 여전히 코리아나호텔 9층에서 사업하고 있다는 점도 이상하게 여겼다. 

또 클럽K는 2017년에도 헬스 트레이너에게 임금을 체불하고 욕설한 뒤 해고해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곳이다. [관련 기사: 한겨레 ‘헬스트레이너의 설움...임금체불 항의하자 욕설‧해고 당해’

이 때문에 복수의 회원들은 “클럽K의 대표와 코리아나호텔이 특수 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호텔 측은 호텔과 김씨가 특수 관계 아니냐는 의혹을 일축했다. 호텔 측은 “(김씨와는)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일 뿐”이라며 “호텔 측도 위 센터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금전적 손해 및 이미지 손상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호텔 측은 “클럽K와 상호 어떠한 이해관계 및 특수 관계에 있지 않아 피트니스 회원들과 피트니스 소속 직원에 대한 보상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호텔 측은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이후 코리아나 호텔 내부에 공지문을 붙였다. 호텔 측은 이 공지문에서 “본 영업장에서 발생한 센터 운영 관련 문제에 책임 여부를 떠나 회원님께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호텔 측은 “일부 회원분들이 사실 확인 없이 고의적으로 당사와 클럽K가 특수 관계에 있다는 왜곡 정보를 언론사에 제보하고 유포하는데 이런 행위는 호텔 측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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