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정책질의는 사라지고 ‘편향성’ 논란만 남았다.

지난 30일 한상혁 후보자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질의 주제는 ‘편향성’ 논란으로 35번 언급됐다. 이 가운데 30번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문제제기고, 1번은 바른미래당 의원의 문제제기다. 나머지 4번은 편향성 논란에 반박하고 해명을 유도하는 질의다. 두번째로 많았던 질의 주제는 최대 현안이자 정치적 사안인 ‘가짜뉴스’(13회)로 ‘편향성’ 논란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13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 시작부터 끝까지 편향성 논란을 집중 제기했다. 후보자의 언론 기고, 언론 변호 내역,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 학생운동 이력 등을 문제 삼았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과 박대출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ㅏ▲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과 박대출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오전 첫 질의를 한 박성중 의원은 “학교 다닐 때 완전히 운동권이었다. 주사파였나”라고 물은 뒤 “좌파 생계형 변호사시다. MBC를 비롯해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등 전부 좌파성향 언론에서 소송 하셨다. 변호사로서 13년간 1000건 넘는 사건 수임했다”고 했다. 그가 띄운 화면에는 ‘생계형 좌파로 인생역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박성중 의원은 “민언련 대표가 되고 나서 뽑은 ‘나쁜 보도’상은 전부 TV조선, 조선일보, 채널A 등 보수언론이고 좋은 보도상은 진보좌파 대표매체”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민언련은 문재인 정부 언론장악을 위한 좌파들의 아지트, 관변단체”라고 주장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자유한국당 질의자료. 변호사로서 사건 수임내역 , 언론 기고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자유한국당 질의자료. 변호사로서 사건 수임내역 , 언론 기고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정용기 의원은 “후보자는 방통계의 조국이다. ‘조로남불’에 이어 ‘한로남불’이 나올 지경”이라며 과거 언론 기고를 통해 언급한 공직자 자료제출, 공영방송 임원 해임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용기 의원은 “진영의 시각으로 진영의 논리로 방통위원장 업무를 수행할거라고 보는 우려가 무리인가”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후보자는 한일전에서 아베가 심판을 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좌파진영에서 선수로 뛰다가 위원장? 안 되는 거다”라며 “좌파성향 언론사 사건만 수임하고 민언련 좋은보도상, 나쁜보도상은 특정언론 편향이다. 문빠 언론의, 문빠 언론에 의한, 문빠 언론을 위한 방통위원장이 되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용욱 기자.

이 같은 질의에 한상혁 후보자는 “사건이 1000건 넘는 건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정세가 맡은 사건이 포함돼 있다. 변호사 수임은 로펌 자체가 미디어 전문을 표방했고, 특정 언론을 가려 받지 않았다. 민언련 상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외부심사위원들 모셔서 선정한다. 나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상혁 후보자는 “민언련 활동은 자랑스럽다고까지 말할 건 없지만, 잘못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언련은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언론을 찾으려 노력하는 곳이다. 개인 한상혁, 민언련 대표 한상혁, 방통위원장 한상혁은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상직 의원은 ‘건국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윤상직 의원은 앞서 서면 질의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견해’ ‘북한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최연혜 의원은 “다산 정약용을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제출했던데 언론 인터뷰에서는 신영복, 리영희를 존경한다고 언급했다”며 문제 제기했다.

저녁까지 이어진 질의에서 민언련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한상혁 후보자는 즉답을 피하던 이전과 달리 “민언련이 편향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원장으로서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오후 11시40분까지 편향성 문제 중심으로 질의를 이어갔다. 박대출 의원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낸다”고 했고 최연혜 의원은 “후보자 이념 좌표가 드러났다”고 했다. 김성태 의원은 “방통위에서 민언련에서 보인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편향성을 갖고 굳세게 하겠다는 거 아닌가.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는지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한국당 의원들만 질의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떤가. 다른 의원들이 1시간 동안 질의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고 만류하면서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한국당 박대출, 최연혜 의원은 이날 질의를 10차례 했다.

이날 한국당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해명을 유도하는 방어적 질의를 했다. 이원욱 의원은 “한국당이 진보언론 사건변호 등으로 사퇴하라고 하는데 변호사 윤리강령을 보면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고 해서 수임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고 했다. 이종걸 의원은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은 대통령 최측근이었다. 한 변호사가 문 대통령 최측근이었나. 이경재 위원장은 (한나라당) 정치인인데 후보자가 정치활동 하거나 정당 가입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한국당의 공세를 지켜보던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독재 시절 때 학생운동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게 죄처럼 다뤄져 마음이 무겁다. 토착왜구는 들어봤어도 생계형 좌파라는 말은 오늘 처음 들었다”고 했다.

과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과방위는 오는 2일 청문보고서 채택 관련 간사 협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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