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에 소극·수동적이라는 외부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지부장 길윤형)는 지난 22일 소식지 ‘디지털진보언론’에 전규찬 한예종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와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 분석 기고를 실었다.

전 교수는 “현재 한겨레 검증 보도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소극적이고 수동적 면모가 뚜렷하다”면서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확인·발굴하고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국회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국회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전 교수는 조 후보자 가족소유 학원 이사회의 장기 불참 보도(8월21일자 4면 “‘조국, 2001~2007년 웅동학원 이사회 한 번도 참석안해’”)가 “그나마 내놓은 ‘단독성 기사’였다”며 “조 후보자 관련 내용을 당사자인 조 후보자와 여야 정치권의 입을 통해 단순 기능적으로 옮기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선제적이거나 공세적이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 논문 제1저자 논란처럼 청년을 중심으로 대중들이 크게 공분하고 있는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최근까지 제대로 된 후속 뉴스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독 기사가 아니라도 관련 내용에 대한 심층 취재조차 없다”고 혹평했다.

전 교수는 “많은 이들을 허탈과 절망에 빠뜨린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의혹도 마찬가지”라며 “여론 동향이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한겨레는 정밀추적하지 않는다. 말을 아끼며, 입을 닫고, 제3자처럼 슬쩍 빠진 모양새다. 한겨레 기사 제목을 보면 오히려 조 후보자 말을 빌려 ‘명백한 가짜뉴스’, ‘일축’ 등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듯한 표현이 더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한겨레의 조 후보자 보도에 “둔탁하며, 날카로운 이빨이 나가버린 모습”이라며 “사실을 스스로 쫓지 않으니 지면에 진실을 구성하는 능력이 따라올리 만무하다. 특정 지지 세력의 비난은 피해갈지 몰라도 저널리즘 신뢰 복원과 유지의 희망은 없다. 조 후보의 부실 검증에 대한 대가로 얼마나 위태로운 선택인가”라고 반문했다.

전 교수는 “원인은 눈치 보기, 자체 검열, 능력 결여, 무기력, 시스템 부족 때문일 수 있다”며 “그러나 어떤 이유이든 어떤 판단이든 언론이 정치권력 검증 노력을 회피하는 것은 독자, 사회뿐 아니라 그 언론사마저 위험에 빠트린다. 공직 후보자 비판·감시·검증이라는 저널리즘 윤리 원칙을 방기·위배하는 것은 신뢰의 미래를 갉아먹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가 22일 자사 보도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에 소극·수동적이라는 외부 전문가 기고를 ‘디지털진보언론’에 실었다. 사진=디지털진보언론.
▲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가 22일 자사 보도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에 소극·수동적이라는 외부 전문가 기고를 ‘디지털진보언론’에 실었다. 사진=디지털진보언론.

김한규 변호사도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자 법무·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할 법무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예리하게 짚은 한겨레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며 “조 후보자 논란에 불씨를 당긴 사모펀드 투자 약정부터 가족 학교법인 상대로 한 가족간 소송, 조 후보자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 의혹,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 논란까지 적극적인 검증에 나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 주요 독자층이 진보 성향이고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도 “한겨레가 막강한 정치권력을 상대로 철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 한겨레의 권력 검증, 비판, 감시 구실은 한겨레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겨레가 어떤 권력을 상대하더라도 워치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정중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한겨레 조국 보도에 대한 구성원 목소리를 노보 제작 등으로 (회사·외부에)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면이 있다. 자칫 시의성을 잃을 수도 있어 외부 전문가들 기고로 한겨레 보도를 평가한 것”이라며 “추후 노보를 통해 내부 목소리와 의견도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 검증 보도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한겨레 편집국(편집국장 박용현)은 30일 미디어오늘에 “조국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주요 의혹에 관련 팀들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팩트를 발굴하고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편집국은 “일부에서는 한겨레 보도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언론의 과잉·왜곡 보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며 “한겨레 편집국은 앞으로도 진실 추구의 원칙을 견지하며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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