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가 30일 서울고용노동청 앞 1박2일 텐트 농성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에 현대‧기아차 전 공정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촉구하면서다. 이날은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의 첫 재판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공동투쟁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이 농성 중인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대 단식과 텐트 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김수억 지회장은 지난달 29일부터 33일째 노동청 앞 천막 단식농성 중이다.

이들은 노동부가 그간 법원이 판단한 기준에 따라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한다. 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래 11번의 현대‧기아차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모두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직접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간접공정과 2차 하청업체도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자동차공장엔 진성도급이 있을 수 없다는 취지다. 노동자들이 그간 받지 못한 정규직 임금과 차액도 지급하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10년째 법원 판결에 따른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과 단식농성, 점거농성 등을 해왔다.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이날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이 33일째 천막 단식농성 중인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1박2일 텐트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이 3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이날 김수억 지회장이 33일째 천막 단식농성 중인 노동청 앞에서 1박2일 텐트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30일 김수억 지회장이 33일째 천막 단식농성 중인 서울노동청 앞에서 1박2일 텐트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30일 김수억 지회장이 33일째 천막 단식농성 중인 서울노동청 앞에서 1박2일 텐트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세워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지난해 7월31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권고한 뒤 노동부는 이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정민기 현대차 사내하청지회장은 “법원 판결에 따르라는 권고조차 이행 않는 노동부를 규탄할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 김 지회장은 약속을 지키라며 오늘까지 33일째 곡기를 끊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억 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불법파견의 대명사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10대 재벌 불법파견을 해결하겠다고, 그렇게 하면 좋은 일자리 40만 개가 생긴다고 유튜브로 떡하니 약속했다. 그러나 공공과 민간에서 단 한 명의 비정규직이라도 제대로 된 정규직이 된 사람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저녁 7시께 서울노동청에서 세종호텔과 쌍용양회를 거쳐 행진한 후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밤 10시께 서울노동청에 시정명령을 촉구하는 의미로 건물을 빙 둘러 텐트를 설치한 뒤 1박2일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29일 한국도로공사의 불법파견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농성에 참여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30일 김수억 지회장이 33일째 천막 단식농성 중인 노동청 앞에서 1박2일 텐트농성에 들어갔다. 공동투쟁위원회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30일 김수억 지회장이 33일째 천막 단식농성 중인 노동청 앞에서 1박2일 텐트농성에 들어갔다. 공동투쟁위원회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편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의 첫 재판이 30일 오전 열렸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5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지 4년 만이다.

박한우 사장은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날 공판에 출석했다. 재판을 지켜본 금속노조 기아차 사내하청지회 측에 따르면 재판부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기아차 불법파견 민사재판 2건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절차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고발인 측 변호인은 이에 우선 공소가 제기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민사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박 사장 등은 2015년 151개 생산공정에서 16개 사내하청업체로부터 노동자 860명을 불법 파견받아 쓴 혐의를 받는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파견을 금지하고, 불법파견을 받아 쓴 사용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사진=기아차 홈페이지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기아차 홈페이지

다만 박 사장은 직접‧간접공정 모두를 불법파견으로 본 그간 법원 판단과 달리 직접생산 공정에 대해서만 혐의가 적용됐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도 사내하청 계약과 관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 비정규분회 노동자들은 지난 2015년 7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박한우 사장 등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수억 지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을 두고 “(노동부가 현대‧기아차에 불법파견 판정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박한우 사장이 재판을 받는다. 노동부와 검찰이 정몽구와 정의선의 범죄를 못본 체, 아닌 체, 나아가 죄가 아니라고 버틴 세월이 15년”이라며 “끝내 검찰은 정몽구 정의선을 기소하지 않았다. 노동부도 검찰도 피고인”이라고 썼다.

김 지회장은 “우리는 그 무도한 세월 동안 3명의 동료를 먼저 보냈고, 불법파견을 바로잡으라고 싸우다 총 19년의 징역을 살았고, 196명이 해고됐으며 수천억 손해배상 소송으로 가정이 파탄났다”고 했다.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직지회는 오는 9월4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촉구하며 무기한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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