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딸 관련 질의의 적정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이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책을 출간하고 서울 소재 대학교의 글로벌인재전형으로 입학한 것에 ‘특혜 의혹’을 지피자, 더불어민주당은 ‘개탄스럽다’면서도 국민의 분노는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는 오전부터 이 후보자 딸 관련 자료제출 문제로 한 차례 정회를 거쳤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후보자 딸의 성적증명서가 당일 아침 도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후보자가 30분 전에 보내온 자료는 8월14일에 뗀 자료다. 2주 동안 서류를 옆구리에 끼고 의원들에게 제출하지 않은 태도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자녀분의 대입전형, 성적, 교육비 등 여러 납부내역을 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줬다”며 자료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충분히 돌봄을 못했다. 출산한 지 2개월 후 박사논문 마무리에 몰두하고 그간 충분히 아이를 돌보지 못해 자녀의 인격권이나 개인적 선택에 강요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려서 늦게 제출한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어제 저녁 늦게야 아이가 동의를 했다. 동의해준 자녀에게 고맙고 여러 의원님들께 늦게 제출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간 저와 배우자 자료 610건 요구에 대해 577건을 제출했”며 “분주한 삶 속에서 제출 노력을 했으나 하지 못한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가족 관련 자료가 너무 사전에 공개돼 청문회 시작도 전에 사실상 후보자 직무능력과 관계 없는 이야기들로 너무 많은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건 문제”라고 주장했고, 임종성 민주당 의원도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에 대한 정책검증이지 가족 흠집내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가족들이 청문회를 보며 ‘아빠도 혹시라도 그런 거 하지마’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따님의 인권도 있다”고 말했다.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러나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누구보다도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왜 자녀를 건드리느냐, 학적 자료 요구하지 말라는데, 자녀에 대해 검증하는 게 아니다. ‘조국 캐슬’이 될지 ‘이정옥 캐슬’이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후보자 딸 관련 자료를 살펴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 주장이 빗발치지 인재근 여가위원장(민주당)은 청문회를 중단했다 오후 2시께 이어갔다.

이정옥 후보자는 딸의 대학입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자녀 입학 과정에 법률적·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그는 “(딸이) 지방고등학교에 다녔고 글로벌전형으로 입학했다”며 “다양한 학교 활동과 성적과 외국어성적, 면접·논술을 통해 대학이 정하는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응했고 본인은 그걸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딸 책과 관련해서는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이 추천사를 써준 것이 대입 특혜로 이어지지 않았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엄마 찬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당 저서는 후보자 딸이 2003년 미국 명문고등학교로 유학했다 2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경험을 토대로 한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칼람(대통령) 추천사는 내가 도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제가 국민 여러분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 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그 책은 (딸) 본인 기억의 기록이다. 고교 1학년 때 미국 현지에서 만난 유학 낙오자 같은 것들을 보고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쓴 것인데, 이게 출판되고 많은 분들에게 위화감 조성하게 된 것도 역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임종명 민주당 의원 질문에는 “전형 중에 가장 어려운 고난도는 면접 논술이었다”며 “그것(책)이 대입을 결정할 만큼 우리나라 대학이 허술하다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딸 관련 의혹들이 부정적 여론으로 번지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임 의원은 “불법은 아니지만 국민 눈에는 반칙이 되고 특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명쾌하게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길 바란다”고 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딸의 조기유학이 (대학입시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마음이 든다”며 “많은 청년과 청소년이 가진 분노의 실체는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청문회 관련 자녀 문제를 관통하는 건 ‘특권교육’, ‘귀족교육’ 이다. 이 제도를 누가 만들었나, 국회는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국회가 후보자만 추궁할 게 아니라 그런 특권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자사고·특목고·외고 이런 곳부터 일반고로 전환해서 아이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대학 서열을 폐지하는 데 국회가 역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일찍부터 한 줄 서기, 경쟁으로 인해 모든 개인이 가진 잠재력이 낙인 찍혀지고 잠재력 발휘할 수 없는 데 대해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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