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집회에 참여한 청년을 ‘수꼴’(수구꼴통)이라 비난한 후 하차 요구를 받는 변상욱 YTN 앵커가 사내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YTN이 제게 어떤 요구를 해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며 앵커 하차 가능성도 열어놨다.

변 앵커는 29일 사내 게시판에 “저의 부적절한 언사로 국민 신뢰를 받아온 YTN 위상과 구성원 여러분 명예에 피해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부족한 제게 뉴스 진행이라는 큰 기회를 주셔서 나름 열심히 배우며 방송에 임했으나 본의 아니게 큰 폐를 끼치고 말았다”고 사과했다.

변 앵커는 “제가 청년을 비롯한 약자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고 그들을 위해 살아왔노라 자신하지는 못하겠다”며 “하지만 그들을 아프게 할 고의는 없었다는 점은 꼭 말씀 드리고 싶다. 그럴 정도로 악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점을 혜량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변 앵커는 “구성원들 의견도 전해 들어서 알고 있다”며 “당장 앵커석을 떠나는 것이 YTN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저를 위해서도 낫겠다는 생각이 수시로 떠오른다. 다만 그것이 회피인지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고민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 변상욱 YTN 앵커. 사진=이치열 기자
▲ 변상욱 YTN 앵커. 사진=이치열 기자

변 앵커는 “저는 하시라도(언제라도) 제 고민이 다하면 제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 그전에라도 YTN이 제게 어떤 요구를 해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변 앵커는 24일 SNS를 통해 한국당 장외 집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한 청년단체 대표 백경훈씨를 비난했다.

백씨가 이날 “저는 조국 같은 아버지가 없다. 그래서 저는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한 발언을 두고 변 앵커는 “그러네, 그렇기도 하겠어.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수도. 이래저래 짠하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수꼴’ 단어 사용 및 조롱, 진영 논리로 청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 인식에 비판 여론이 거셌다. 변 앵커는 다음날 “젊은 세대가 견고한 기득권층 카르텔 속에서 공정함을 갈구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여겼지만 저 역시 기성세대 시각으로 진영논리에 갇혀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변 앵커 사과 이후 백씨는 “언론인이자 사회의 어른으로서 말의 무게와 책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26일 “조 후보자 비판 집회 참가자를 ‘수꼴’로 비하하는 앵커가 방송에서는 태연히 조국 관련 소식을 전한다면 누가 그 뉴스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한 후 “회사는 변 앵커 프로그램 하차를 포함해 실추된 YTN 명예를 되찾을 방안을 하루속히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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