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급수납노동자들을 불법파견해왔다는 최종 선고가 나왔다. 노동자들이 최초로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 2심에서 승소한 지 2년 만이다.

도로공사는 이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이들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생겼다.

대법원은 29일 10시께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368명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 선고가 끝난 뒤 보도자료에서 도로공사와 노동자 사이 파견근로관계가 인정된다는 1‧2심의 “일치된 판단에 수긍한다”고 밝혔다.

고속국도 출입구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수납하는 노동자들은 당초 도로공사 직속이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경영 효율성’을 이유로 1995~2008년에 걸쳐 통행료 수납업무를 모두 외주화했다. 외주업체 소속이 돼 같은 일을 해온 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도로공사와 외주업체 사이 용역계약이 사실상 파견계약이므로, 한국도로공사가 파견이 끝난 뒤부터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공사가 사용자로 노동자들에게 지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주업체가 요금수납 업무 전체를 맡고 있고, 독자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이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해왔다고 했다. 한 마디로 노동자들의 실질 사용자가 아니란 주장이다.

파견근로란 노동자들이 외주업체에 고용되고 임금도 외주업체로부터 받지만, 원청(도로공사)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원청에서 일하는 것을 뜻한다. 파견법에 따르면 이런 고용형태는 32개 업종으로 제한돼 있고, 원청은 파견기간 2년이 되면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29일 오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최종 승소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제공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29일 오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최종 승소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제공

원심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요금수납노동자들에게 직접 구체적이고 상세한 업무 지시를 하고 보고 받아왔다며 파견근로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과 업무 지침을 사실상 결정해왔다고 판단했다. 도로공사는 △고객응대, 교통량 조절법 등 노동자들이 지켜야 할 표준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고 △본부와 지사, 영업소에서 수시로 노동자들의 서비스를 모니터링했으며 △직무능령평가시험과 직무교육, 포상, 표창장 등을 실시했다. 도로공사는 교대‧휴게‧근무‧휴무 편성방법 등 정책도 정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각종 업무일지와 대장을 도로공사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재판부는 도로공사의 주장 가운데 외주업체가 독자적 취업규칙을 정하고 노동자들을 근무평가해온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근무평가조차 도로공사가 기준을 세워줬다. 포상금도 도로공사 기성금에서 나갔다. 또 재판부는 외주업체가 노동자 근태와 인사를 도로공사에 보고한 점을 미뤄, 독자 고용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다만 일부 원고들에 대해선 서류 미비를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또 대법원은 이날 파견근로자가 이후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의무에는 변함이 없다고 처음으로 선고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날 해당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자회사를 세워 지난 6월부터 이들 노동자를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해왔다. 이에 1500명 노동자들은 1‧2심 판결에 따른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거부하다 계약기간이 지나 사실상 해고됐다. 이들은 지난 6월30일부터 서울톨게이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한국노총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은 대법원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 판결의 효력은 해고된 1500명 모든 요금수납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정부와 도로공사는 술수가 아니라 직접고용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도로공사에 해고자 전원 직접고용을 위한 집중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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