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을 이유로 지난해 MBC에서 해고된 최대현 아나운서가 29일 오전 해고 정당성을 다투는 재판에서 자신이 “왕따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최 아나운서는 이날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가 연 변론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MBC는 지난해 5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시차 근무 유용 △선거 공정성 의무 위반(앵커 멘트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발언) 등 사유로 최 아나운서를 해고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최 아나운서 등이 MBC 동료 직원 성향을 ‘강성’, ‘약강성’, ‘친회사적’과 같이 등급 분류한 리스트를 작성했고 실제 인사에도 반영됐다는 것.

PSB 부산방송(현 KNN)과 강원민방을 거쳐 2002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최 아나운서는 2012년 170일 공정방송 파업 중도 하차 뒤 2013년 3월 김세의 전 기자와 함께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 왼쪽부터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승려 출신 정한영씨, 김세의 MBC 기자. 사진=정한영씨 페이스북
▲ 왼쪽부터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승려 출신 정한영씨, 김세의 MBC 기자. 사진=정한영씨 페이스북

최 아나운서는 29일 재판정에서 “나는 아나운서국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생계를 담당한 가장으로 더 이상 (2012년 파업에) 참여할 수 없었고 (파업 후) 내게 인신공격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 아나운서는 “왕따,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지만 직원을 보호해야 하는 회사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김재철 MBC 사장이 (2013년 3월) 갑자기 해임되면서 보직자들도 저희의 이런 고충 상담에 제대로 응하지 못했다. 저희는 왕따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최 아나운서는 해고 뒤 극보수 성향 펜앤드마이크 앵커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7월 최 아나운서를 총선 대응 미디어기구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황교안 대표는 최 아나운서가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로 정든 직장을 잃은 언론인”이라며 치켜세웠다.

황 대표 언론·홍보 특보를 맡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지난 4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가 너무 당차게 단단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다”며 “두 분(김세의·최대현)은 MBC에서 나온 뒤 훨씬 더 단단해졌다.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줘 너무 좋다. 왜 이런 아나운서가 해고됐는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 아나운서는 2017년 MBC 상암동 사옥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고, 이후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팻말을 든 집회 참여자와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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