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일본에 “대단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정직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이 경제보복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과거사 태도 역시 정직하지 못해서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내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 국회 제출을 앞둔 정부안 확정을 위해 소집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일본이 백색국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배제하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이유조차 정직하게 밝히지 않는다”며 “수시로 말을 바꾸며 경제 보복을 합리화하려고 하고, 과거사를 경제와 연계시킨 것이 분명한데도 대단히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과거사 관련 태도에 문 대통령은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정직하지 못하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에 불행한 과거 역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독도 영유권 주장에 문 대통령은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이 없다”며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세계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 번 반성을 말했으니 반성은 끝났다거나, 한 번 합의했으니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는 식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대통령은 독일은 진솔하게 반성하고 잘못을 시시때때로 확인하며 이웃 유럽 국가들과 화해하고 협력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교훈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관련 대책을 마련했으며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준비한 대책을 빈틈없이 시행해나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가 대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재정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개최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개최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문 대통령은 “대내외적 상황과 재정 여건까지 종합 고려해 확장적으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며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110%가 넘는 OECD 나라들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양호한 우리나라는 그럴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데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조1000억 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수출 지원 무역금융과 투자 활성화 정책자금을 통해 기업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제조업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예산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강한 나라의 기반인 자주국방 역량과 외교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올해 대비 7.4% 늘려 사상 최초로 50조 원이 넘게 책정됐다고 밝혔다. 무기체계 국산화·과학화를 최우선 목표로 차세대 국산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고, 국방 분야 R&D를 대폭 확대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4대 강국과 신남방 신북방 등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외교와 정부개발원조, ODA 규모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추가 완화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예산 반영 △고교 무상교육도 확대 △노인 일자리 74만 개로 확대 및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인상 △청년 주거 지원 강화 및 추가 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수혜대상 대폭 확대 등을 예산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융자지원 확대 △미세먼지 저감 위한 예산 두배 이상 증가 및 붉은 수돗물 문제 해소를 위한 스마트상수도 관리시스템 도입 등 국민 안전 예산도 대폭 증가 등을 예산안에 담았다.

문 대통령은 “사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가야할 방향이었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이 그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