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개 비판 자제’를 요구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에게 “미국의 입장은 우리 정부에도 충분히 전달됐다. 미 정부에서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9일자 조선일보 3면
▲ 29일자 조선일보 3면

미국은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후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한미일 군사동맹 관계가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27일에는 한국군의 ‘독도방어훈련’에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독도방어훈련이 시작된 1986년 이래로 미국이 한국에 불만을 표출한 건 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국이 공식적으로 미 대사를 불러 문제 제기하며 입장을 전한 셈이다.

▲ 29일자 아침신문 1면
▲ 29일자 아침신문 1면

아침신문들은 29일자 1면에 일제히 ‘한국정부, 미대사 불러 ‘지소미아’ 공개 비판 자제 요구’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 : 정부, 美(미)대사 불러 따졌다…전례없는 충돌
중앙일보 : 정부, 해리스대사 불러 “지소미아 우려 자제를”
세계일보 : 외교부 “美(미), 지소미아 실망 표명 자제를”
동아일보 : 美(미)대사 이례적 초치 “지소미아 발언 자제해달라”
한겨레 : 정부, 미대사 불러…‘지소미아’ 불만 표출 자제 요청
경향신문 : 정부 “미, GSOMIA 종료 공개적 우려 표명 자제를”
한국일보 : 해리스 대사 불러 ‘美(미) 지소미아 종료 비판’ 따졌다
서울신문 : 결국 백색국가서 한국 뺐다 靑(청) “역사 바꿔쓰는 건 일본”
국민일보 : 해리스 불러 美(미) ‘지소미아’ 비판 자제 요구

동아일보와 국민일보를 제외한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사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 독도 훈련에 美(미) 사상 첫 이의 제기, 日(일) 좋은 일만 벌어져
중앙일보 : 미 대사 불러 지소미아 논평에 항의, 과연 옳은 대응인가
세계일보 : 지소미아로 흔들리는 한·미동맹, 외교라인 뭘 하고 있나
한겨레 : ‘지소미아 번복’ 압박하는 미국, 일본 편드는 건가
경향신문 : 미국의 과도한 GSOMIA 압박, 동맹국 자세 아니다
한국일보 : ‘지소미아’만 때리는 美(미)…당당한 동맹 외교로 이해시켜야
서울신문 : 지소미아 연장 압박하는 미국, 한일 동시 중재해야

▲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 아침신문은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며 독도방어훈련을 비판한 미국을 비판하는 대신 한국 외교라인을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은 이러한 미국의 태도를 두고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수출규제 도발을 감행한 일본은 생각 않고 미국이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파기만 지적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미국은 독도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규모’를 모두 찍어 비판했다. 이번 훈련을 한국의 순수한 영토주권 수호 목적이 아니라 반일(反日)의 국내 정치적 조치로 본다는 의미다”며 “이를 뻔히 아는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와 연이은 독도 훈련이 문 정권의 국내 정치적 목적에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미국이 독도 훈련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외교 참사”라며 “일본의 ‘독도 분쟁화’가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싸운다면서 일본 좋은 일은 다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는 이 심각한 외교 실패에 대한 반성·자성 목소리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 29일자 세계일보 사설
▲ 29일자 세계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상대국 정부의 행동 조치가 아닌 논평만을 문제삼아 대사를 부르는 것은 외교 관례상 보기 드문 일”이라며 “이례적인 항의 조치가 한·미 간의 견해 차이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썼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독도방어훈련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던) 그랬던 미국이 독도훈련을 비판한 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며 “우리 정부의 외교 현안 대응방식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어떻게 나라와 국익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이 한국에 GSOMIA 복원을 압박하는 것은 여러모로 잘못된 판단이다. 우선 이 사안은 일본의 공세로 출발했다. 일본은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한국도 불가피하게 GSOMIA 종료를 결정했다”고 썼다.

이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따라서 이 일을 초래한 당사자와 행위는 그대로 둔 채 한국만 탓하며 GSOMIA 복원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과거사를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고 삼권분립의 정신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을 두둔하는 것이 과연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 29일자 한국일보 사설
▲ 29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이번 사태의 빌미 제공은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수출규제 도발을 감행한 일본이라는 점에서 지소미아 종료만을 콕 집어 비난을 쏟아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작금의 상황이 악화한 데에는 적극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을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다만 한국일보는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반응과 태도가 우리 정부와 미 당국간 소통 부족 때문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2면에도 ‘지소미아 깬 뒤… 美 정부·의회·전문가그룹 친한파까지 등돌렸다’는 제목의 워싱턴발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로 미국을 일본 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국에 대한 워싱턴의 태도는 급격히 차가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이 급속히 일본 편이 돼 한국 정부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다는 걸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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