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대상국 명단에서 배제시킨 시행령을 시행하자 우리 정부가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우리를 적대국 취급하고 있으며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곳이야말로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자의적이고 적대적 보복조치로 한미일관계 악화의 주범 역시 일본이라고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일본이 이날 부로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을 두고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최근 일본이 우리의 GSOMIA(지소미아·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종료를 두고 수출규제 조치를 안보문제와 연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들어 “당초 안보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아베 총리가 우리를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최근 두차례 언급한 것을 두고 “우리를 적대국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며 “한일 GSOMIA는 양국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처럼 한일 양국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GSOMIA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고노 외상이 27일 정례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김 차장은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이라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국제관계가 다자주의에서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퇴보하고 있다며 혁신기술 확보와 국방력 강화와 안보 구축을 통해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차장은 △산업적 측면에서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핵심 기술 자립도 제고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동맹관계가 균열로 이어지고 안보위협 대응체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일각의 주장을 들어 김현종 차장은 “(그렇게)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며 “오히려 정부는 한일 GSOMIA 종료를 계기로 안보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량 강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거 자신이 한미 FTA 협상 장본인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김 차장은 “당시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감기약이 10만원으로 상승하고, 광우병 소고기가 유통되며, 스크린 쿼터 폐지로 우리 영화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며 “안보와 통상이 다르다는 점은 저도 잘 알지만 지정학적 요소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을 두고 김 차장은 “지난 66년간 굳건히 뿌리를 내린 거목”이라며 “한일 GSOMIA 문제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 대한 자의적이고 적대적인 경제보복 조치로 한미일 관계를 저해시킨 것은 바로 일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쪽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난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두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측이 우리측과 수시로 검토했고, 정부관계자가 ‘미국이 이해했다’고 언급한 의미는 미측이 우리 결정에 동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결정할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 희망과 달리 종료결정한 것에 실망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희망과 달리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함으로써 향후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여지는 없는가’, ‘한미관계의 업그레이드라는 말은 더욱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인가’ 등에 관한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이 관계자는 “국방력 강화 통해 우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미측이 희망하는 동맹국의 안보와 확대에 부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두 발언에서도 두 번 그런 표현 썼는데, 지금 소용돌이에 직면한 국제질서에 우리 상황도 예외일 수 없다”며 “큰 파고를 극복하려면 인공위성, 경항모(항공모함), 차세대 잠수함 등(을 도입해야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은 우리가 미국의 무기를 많이 사줄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는 방송사 기자의 질의에 이 관계자는 “그런 뜻에서 얘기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군당국의 (무기 관련)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부담과 무관하다”며 “이것을 연계시킨 것은 기자들이 연계시켰다”고 반박했다.

그는 “외교는 공을 보고 뛰는 게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지속적으로 변화 일어나는 만큼 국제질서의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해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2차 경제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2차 경제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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