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대학가 촛불집회를 두고 “우리가 조국 후보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냐”며 대학생들의 ‘선택적 분노’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서울대에 붙었다. 청년 이슈에 언론의 ‘이중적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대목도 있다. 

27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 ‘안녕들하십니까’란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는 “총학생회에서 청년 대학생의 분노를 얘기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을 들겠노라 하는데 이르러, 언론에서 마치 우리 시대 모든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대서특필하며 모처럼 청년들의 여론을 굽이 살펴주는 시늉을 하고 있는데 이르러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정말 당당합니까? 우리가 조국 후보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조국 후보의 딸이 ‘우리보다 손쉽게’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의전원까지 다녔다는 사실입니까? 정작 제도의 바깥에서 제도 안의 다수를 기만하며 군림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애써 못 본 체 하면서, 제도 안의 우리끼리 서로 끝없이 경쟁하며 고통의 평등주의를 강요하는 악순환의 서커스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닙니까?” 

▲지난 23일 서울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합뉴스

자신을 K라고 밝힌 대자보 작성자는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 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했으며 모른 체해 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다”고 적었다. 

대자보는 “또 다른 청년들이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실습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조롱하고 냉소해왔던 언론들이 지금 서울대와 고려대의 몇백 명 학생들의 집회를 두고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에 주목하고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일이라고 칭송하며 연일 적극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를 두고 우리는 조금도 부끄러운 마음 없이, 그저 당당히 촛불을 들면 족한 것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청년 세대의 정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아픔을 외면했던 언론에 대한 비판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자보는 서울대 촛불집회에서 등장한 ‘정의’라는 가치를 가리켜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포용하기 위한 정의인가 아니면 더욱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정의인가”라고 반문한 뒤 “조 후보자를 비호할 생각도 없고 나 또한 그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에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지만 어떠한 학내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에 편승해 마치 그것이 전체 학생들의 여론인 양 호도하고 정당화해 집회를 개최하는 총학의 결정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오늘(28일)도 촛불집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6일에는 조 후보자의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대 로고.
▲서울대 로고.

 

이런 가운데 서울대 총학생회장 도아무개씨가 과학고 재학시절 논문 제1저자였던 사실이 알려지며 조 후보자 딸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한국과학영재교육학회에서 “과학영재들이 논문을 게재하는 섹션이 있다. 도씨의 논문은 전혀 문제없는 절차 속에 실렸다”며 언론에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근거 없는 비방을 통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및 총학생회가 대표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녕들하십니까’란 제목의 대자보는 2013년에도 있었다. 그해 12월10일 고려대 정대후문 앞에 붙은 대자보에선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며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있는” 청년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때문에 이번 대자보는 2013년 동일한 제목의 대자보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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