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이 임직원 차명대출로 자본금을 납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재승인 심사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올해 초 이미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는 지난 1월15일 MBN이 2010년 종편 승인을 신청하면서 납입한 자본금 수백억원을 자사 직원 20여명을 동원해 차명대출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관련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방통위는 MBN의 차명대출 의혹이 금융실명법 위반과 방송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방송법 위반 시 승인 취소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는 “차명대출과 관련된 직원들이 회사와 공모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되면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 가능하다”며 “필요 시 금감원 측에 자료 요청을 통해 관련 사항에 대한 정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 지난 1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지원정책과가 작성한 MBN 차명대출 의혹 검토 문건.
▲ 지난 1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지원정책과가 작성한 MBN 차명대출 의혹 검토 문건.

아울러 방통위는 MBN이 차명대출을 통해 자본금을 납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방송법 제18조에 따라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방송법 제18조(허가·승인·등록의 취소 등)에 따르면 방송사가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와 승인, 재승인을 받았을 때와 신문이 종편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소유 30% 제한을 어기면 방통위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승인 취소까지 가능하다. 법령 위반의 경중에 따라 6개월까지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거나 광고의 중단, 승인 유효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방통위는 1월 작성 문건에서 “방송법 제8조에 따라 1인(법인포함 40%), 일간신문(30%) 등 소유 제한에 위반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2011년도 승인 당시 MBN의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매일경제)의 소유 지분에 차명대출 금액을 포함해야 하는지 등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MBN이 종편 승인 신청 당시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한 매일경제의 지분 비율은 18.59%였다.  

한겨레는 27일 “MBN이 임직원들에게 600여억원의 차명대출을 받게 하면서 회사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행위를 두고 배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2017년 MBN 감사보고서를 보면 MBN은 2012년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특수관계자 주주’들에게 회사 예금 634억원을 담보로 제공했고, 2013년엔 652억원으로 늘었는데도 2016년까지 재무제표에는 누락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담보 제공이 이뤄진 뒤 5년이 지난 ‘2017년도 재무제표’(2018년 공개)에 비로소 그 내용이 공개됐다. 여기엔 수백억원의 담보를 제공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친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면서 “만약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해 배임에 해당할 수 있고, 대출 담보를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회계사의 지적을 전했다.

▲ 27일자 한겨레 8면.
▲ 27일자 한겨레 8면.

앞서 경향신문은 26일 “금융감독원이 오는 29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 MBN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안건을 보고하고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 및 검찰 고발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MBN은 종편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한 최소 자본금 3000억원을 채우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던 중 2011년 4월 우리은행에서 600여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은 회사 직원과 계열사 20여곳의 주식 청약계좌로 입금됐다. 

경향신문은 “MBN은 이듬해인 2012년 11월 우리은행 대출금을 갚으면서 직원 및 계열사가 전년도에 회삿돈을 빌려 샀던 주식 매입금을 갚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민 의혹도 제기된다”며 “감리위는 MBN의 옛 회계 조작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향후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 전·현직 관계자에 대해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오늘은 MBN 개인주주로 등재돼 금감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매경그룹 전·현직 간부 6명에게 차명대출 여부를 물었으나 모두 “이 문제에 연루된 적도, 금감원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 MBN 로고
▲ MBN 로고

방통위는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MBN 측에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떤 처분을 내릴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은 방통위가 조사권이 없어 심증만으로 언론사에 자료를 요청하고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1월 우리가 당시 정보지에 나온 내용을 다룬 것으로 안다”면서도 “MBN이 승인·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개인주주 명단 등) 사업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차명대출 사실을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만약 법 위반 사항이라면 그때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해 위원회에서 의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금감원에서 사실 확인 이후 우리 쪽에선 방송법 위반 여부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종편 재승인 심사 시기가 겹쳐지면 그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종편 재승인과 관계없이 그전에라도 조치할 사안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014년 낸 종편검증보고서에서 “매일경제는 2010년 중 ‘매경공제회’ 및 ‘매일경제신문사 사우회’에 MBN 주식을 매각했으나, 아직까지 매각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두 명의를 이용한 차명거래는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MBN은 중복주주 및 동일인주주 등에 대한 분석에서 개인주주 부분이 과소 반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MBN은 27일 관련 의혹 보도에 “MBN 사원들은 보도채널 당시인 2000년 이후 몇 차례 유·무상증자 때 사원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사원들은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 자신의 의사로 주주가 됐다. 종편채널로 승인받아 자본을 확충한 2011년에도 ‘3~5년내 상장’ 비전을 공유한 사원들은 자발적으로 주주로 참여해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차명’이란 용어로 내용을 호도하거나 악의적으로 보도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2017년 11월 종편 재승인 심사를 받은 MBN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MBN은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총점 1000점 중 651.01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은 충족했으나, 심사사항 중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여부’ 항목은 100점 중 37.06점으로 과락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됐다. 승인 유효기간은 내년 11월3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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