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SK케미칼‧애경산업과 유착 정황이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관련 사건을 맡을 때마다 공정위 책임자와 SK‧애경이 비공식 면담을 하거나 공정위 내부 사건처리가 유출됐다는 지적이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질의에서 “공정위는 4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처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운을 뗐다. 최 부위원장은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보겠다”고 했다.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공정위는 ‘가습기메이트’를 만들고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2차례 조사했다. 2012년엔 무혐의 처분하고 2016년 조사에선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2017년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정위는 ‘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팀’을 만들어 살핀 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재조사해 이들 기업을 고발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단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나왔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김성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tbs 유튜브 갈무리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김성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tbs 유튜브 갈무리

최 부위원장은 공정위 측 담당자가 SK‧애경 조사 때마다 기업 측과 비공식 면담을 해왔다고 했다. 애경이 당시 작성한 내부자료를 보면, 애경은 2012년 공정위 측 왕아무개 사무관을 면담했고, ‘(공정위 대응) 인력구성’에 ‘변호사’와 함께 ‘공정위 관계자’라 기재했다. 2016년 당시 사건을 맡은 소위원회의 주심인 김성하 위원이 심의 앞뒤로 다섯 차례에 걸쳐 SK‧애경 관계자를 17명 만난 사실도 앞서 확인됐다. 이 중 5명은 전직 공정위 직원이다.

최 부위원장은 이날 “공정위 퇴사자들이 이들 회사에 취직해 공정위를 다시 찾아가 로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하 전 상임위원에게 기업 측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자 김 전 위원은 “사건청취 절차가 있다”며 “비공개적으로 만난 적 없고, 직원 배석 상태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신고자(피해자)도 같은 방식으로 만났는지 묻는 질문엔 “면담 신청을 했다면 만났을 것”이라고 했다.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은 이에 곧바로 비공식 불법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기업과 공정위 유착 정황을 증언해온 유 국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최 부위원장의 질문에 “김성하 증인은 (피심인 외부면담이) 공식절차라 하지만 비공식이고 불법 관행이라 내부에서도 쉬쉬해왔다. 쉽게 위원들에게 접근할 수 없기에, 대기업과 대형로펌의 공정위 퇴직자들이 해온 관행”이라고 답했다. 이재구‧이한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은 ‘기업 측은 자신에게는 찾아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27일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 자료화면. tbs 유튜브 갈무리
▲27일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 자료화면. tbs 유튜브 갈무리

최 부위원장은 2017년 공정위의 자체 사건처리 평가 TF 때 조사 대상인 애경과 SK가 TF 진행상황을 속속들이 알았던 정황도 질의했다. 2017년 애경과 SK의 자체 회의록엔 ‘사건조사 TF는 1차 회의 시 다량의 자료 받아 검토중. 결론을 내놓고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됨’ 등 TF 관련 내밀한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추천으로 TF에 참여했던 박태현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TF 구성원 6명 가운데 본인 빼고 모두 공정위 전‧현직으로 꾸려진 점을 들며 “2012‧2016년 처분을 두고 법리 중심으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 한다는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기업 측 접촉이 구체적으로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저희가 이제부터 조사하겠다. 공정위는 지금까지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주요자료를 사참위에 제출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7~28일 이틀동안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가습기살균제 청문회를 연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알려진 뒤 처음이다. 청문회는 기업과 정부, 피해지원 분야로 나뉘어 열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이날 불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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