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채널A ‘돌직구쇼’에선 “조국 딸, 인터넷에 판 자소서”란 제목으로 ‘고려대 수시 이력서→5천원’, ‘해외봉사 자기소개서→3천원’,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 논술→5백원’ 등이 적힌 화면이 ‘후보자 검증’이라는 외피를 쓰고 등장했다. 27일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는 “조국 qm3차량, 자택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 중”이란 자막이 뉴스 속보로 올라왔다.

▲27일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한 장면.
▲27일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한 장면.

“후보자의 아들이 A외고 여학생들에 대한 성적 모욕, 폭행위협 등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26일 내놓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측 해명이다. 후보자 측은 “아들은 1년여 가까이 학교 폭력 가해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며 가족사를 상세히 털어놔야 했다. 

허위사실로 홍가혜씨를 허언증으로 묘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받고 위자료 1000만 원을 물은 김용호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조 후보자가 특정 여배우를 후원했다는 취지의 악의적 주장에 나섰다. 후보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인 그야말로 허위조작이므로 신속히 민형사상 모든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 또한 ‘논란’으로 기사화되며 소비됐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검증 보도가 과열 양상이다. 8월27일 오후 5시 현재 일주일간 네이버에 ‘조국 후보’로 검색되는 기사는 27만8333건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력 대선후보급 물량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쉴새 없이 해명자료를 내고, 기자들은 쉴새 없이 쓴다. 박재억 법무부 대변인은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결과”라며 말을 아꼈다.

해명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후보자 측은 후보자 딸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허위정보를 해명하기 위해 딸이 타고 다니는 차량까지 밝혀야 했다. 매일경제는 21일 “조국 딸 오피스텔…거주자 주차장엔 차 10대 중 2대가 포르쉐”란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이 기사는 현재 삭제됐다. 장관후보자로서 최근 조 후보자의 부적격 논란과는 별개로, 언론이 ‘검증’과 ‘신상털기’의 구분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후보자 동생과 동생의 전 제수가 자신들의 가정사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나서야 ‘위장 이혼’ 의혹 보도는 멈췄다. 한국언론피해상담소장인 이진아 변호사는 “검증을 이유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 알고 싶지 않은 후보자 관련 개인적 정보까지 언론이 공개하고 있다”며 “소송을 한다면 언론사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10년 전쯤 이혼했다는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최근까지 자녀와 함께 살면서 여행도 다녀왔다는 목격담이 넘쳐난다”며 조 후보자 일가를 “가족 소송 사기단”으로 표현했다. 

조 후보자의 전 제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위장 이혼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정사까지 공개한 긴 호소문을 내야 했는데, 일부 언론은 호소문 전문까지 보도했다. 이진아 변호사는 “전문을 싣는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를 구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인 저널리즘전문가 정준희 교수는 “언론은 모든 종류의 의혹을 끌어모으며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면서 이를 검증보도의 불가피성이라고 면피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개인사든 뭐든 달려들어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고 대부분이 의혹 중심”이라고 우려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제적 보도는 또 다른 보도로 덮이는 상황이다. 예컨대 “조 후보자 딸이 MEET(의학교육입문검사)시험 없이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했다”(8월19일), “조 후보자 딸이 고려대에 무시험 입학했다”(8월20일)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인용 보도됐다. 

마치 주장만 보면 대단한 특혜를 받은 것 같지만 사실 조국 후보자 딸이 지원했던 2010학년도 수시 세계선도 인재전형은 필기시험이 없었다. 조 후보자 딸의 입학 당시 부산대 의전원은 75%가 수시입학이었는데, MEET는 공통제출사항일 뿐 성적은 미반영 사항이었다. 

SBS는 20일 “조국 가족 운영 창원 웅동학원 법인재산만 130억대”란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조 후보자가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24일 SBS는 “조국 ‘펀드·웅동학원 사회 환원’‥웅동학원, 빚 더 많다”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4일 만에 뒤집는 이런 보도 태도는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 국면에서 언론이 기억해야 할 사건이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현 정부 초기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 당시 안 후보자 아들이 고교 시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안 후보자 아들이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의혹이 있는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서울대에 부정입학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스스로 후보자에서 물러났다. 

이후 안 후보자 아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3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안씨가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없고 이로 인해 징계도 받지 않아 (한국당 의원들의 폭로는) 명백한 허위”라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은 결과였다. 이들의 폭로를 보도했던 당시 언론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14년 관훈클럽이 개최한 ‘인사 검증 보도의 현주소와 개선점’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사적 사안의 공적 관련성을 확립하는 것이 언론의 일이다. 공적 적실성(public relevancy)의 원칙을 실현하지 못하고 비판 기사를 쓰면 흠집 내기 기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교수는 “언론의 공직자 검증 보도가 ‘근거없는 물어뜯기’와 ‘부당하게 퍼뜨리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선 확인 가능한 사실적 근거를 제시하고, 당사자의 견해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