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자들이 최근 검찰 인사 보도를 두고 논란이 된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강기석) 편집권 외압 의혹에 대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주주 기관장의 관점이 편집 방향에 반영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연합뉴스 노조는 이와 관련 이사장을 만나 항의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노사는 지난 22일 열린 노사편집위에서 ‘검찰 인사 보도를 둘러싼 편집권 외압 시도 정황’ 안건을 다뤘다. 노조가 올린 안건으로 현장 기자들의 문제 제기를 접수한 노조 산하 공정보도위원회가 자체 논의 절차를 거쳐 상정했다.

노측 대표로 참가한 기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첫 인사를 조명하는 보도를 둘러싼 편집권 외압 시도 움직임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진에서 이를 막기는커녕 수용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기사는 지난 7월31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관련 보도다. 당일 보도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은 대거 영전한 반면 정부·여권 인사 등을 수사한 검사들은 사실상 좌천돼 검찰 내 집단 반발을 낳았다는 비판이 담겼다.

노측은 또 인사 후폭풍을 분석한 8월1일 ‘심상찮은 검찰…윤석열號 첫인사에 40여명 줄사표’ 기사는 데스킹 과정에서 제목의 비판 수위가 낮아졌다거나, 지난 4일 ‘윤석열號 검찰, 조직안정 총력…줄사표에 이틀 만에 후속인사’ 기사는 주문기사라는 지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7월31일 연합뉴스 보도 "文정권 겨눈 검사들, 승진 탈락에 지방 발령" 갈무리
▲지난 7월31일 연합뉴스 보도 "文정권 겨눈 검사들, 승진 탈락에 지방 발령" 갈무리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노측은 이 과정에서 강기석 이사장의 의견 개진을 근거로 들었다. 강 이사장은 7월31일 보도 후 경영진 측에 ‘불만을 가진 검찰들이 줄사표를 낸다 등의 보도가 연이어 나온다. 현재 새로운 검찰 진용을 짜는데 연합뉴스가 적의를 가지고 쓴다고 읽힐 수 있다. 연합뉴스 저널리즘을 의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노 측은 “불만 사항은 편집총국장을 비롯한 편집책임 라인에게도 전파가 되고 결과적으로 일선 기자들에게도 전해졌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에 “8월1일 기사 제목 수위가 낮아졌단 지적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제목이 데스킹 과정에서 인사 관련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는 방향으로 고쳐진 것이지 의도적으로 수위를 낮춘 건 아니”라 반박했다. 8월4일 기사와 관련해, 사측은 “중간 간부들이 줄사표를 낸 이후의 새 인사 취지를 라운드업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기사로 공보위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경석 편집총국장은 ‘이사장 의견이 경영진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거듭된 질의에 “의견 제시 주체가 회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이것을 독자의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부당한 압력으로 봐야 하는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런 점에서 편집국 간부들 편집권 독립 수호 의지가 중요하며 나는 이사장 의견을 접하고 하나의 의견으로 간주해 독립적으로 판단했다. 사회부장도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이와 관련 8월 초 항의 방문 차 진흥회 이사장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홍제성 지부장,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등은 이 자리에서 ‘진흥회 이사장이 정치적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스스럼없이 밝히는 게 보도 방향에 영항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강기석 이사장은 지난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간섭·침해 등은 터무니없는 이야기고 단순 의견 제시 차원이었다. 유사한 검찰 인사 비판 보도가 하루 3건이나 연달아 나왔고, 독자들이 연합뉴스가 검찰 인사 개편에 적의를 가지고 기사를 쓴다고 의심할 수도 있는 점에서 ‘이사장 공식 견해가 아니라 연합 독자로서 의견을 제시한다’고 전제하고 사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 밝혔다.

강 이사장은 “노조가 찾아왔을 때 이 취지를 전했고 노조가 계속 우려한다면 의견 제시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의견제시나 비판을 외압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와는 별도로 공영언론은 외압, 침해, 간섭이 아닌 한 더 많은 외부 비판과 의견제시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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