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 5일을 앞둔 26일 선거제 개혁법 논의가 제1소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대한 마지막까지 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가자고 주장했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대안정치연대·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생산적 논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회의 이관에 찬성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개특위 제1소위는 재석 11명 중 찬성 7명, 반대 0명으로 선거제 개혁법안으로 제출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4건 심의를 전체회의로 이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종민 제1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된 회의가 2시간 가까이 공전하자 소위 위원 다수의 요구를 받아들여 표결을 진행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 전부터 소위 심사 절차를 끝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존 김재원, 정유섭 의원 자리는 김태흠, 최연혜 의원으로 사·보임됐다. 최연혜 의원의 경우 “저는 사보임을 자청했다. 현재 올라온 연동형 비례제 안들은 굉장한 위험성이 있다”며 “위험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주부터 조항별 축조심사를 요구해 온 한국당 간사 장제원 의원은 “이번주 토요일까지 충분히 시간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일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김태흠 의원의 경우 “민주당과 야3당이 ‘정치개혁법’이라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추진하는 부분에 대해 역사의 심판이 있을 거다. 대통령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하는 데는 없다”고 말한 뒤 “의석 수 줄이고 비례대표 없애자는 우리(한국당) 안은 왜 논의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김 의원은 “여야 4당은 8월 말 전에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표결이든 뭐든 넘기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개혁입법이 아니고 개악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너무 가증스럽다 가증스러워”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를 들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는 (선거제 개혁법안) ‘다독’ 했다. 반론도 들을 만큼 들었다. 지난주 소위를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런 토론은 무의미하다”며 “전체회의 일정을 감안하면 오늘 중 소위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둘째로 선거일정을 고려해야 한다. 내년 선거(총선)까지를 역산해보면 12월 중으로 예비후보등록을 해야 한다. 질질 끄는 건 보기에 따라서 기득권 논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거일정을 감안해서라도 30일까지 (정개특위 활동을) 매듭지어야 하고 소위는 오늘 결론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소위에서 합의안을 만들 수 없으면 당연히 전체회의에서 어떻게 다룰지 논의하는 게 적법한 의사진행이다. 이것저것 주문하는 것들은 공식 회의 아니라도 얼마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패스트트랙 이후 5개월이 지났다. 소위 열어서 차분하게 논의하자고 할 때 여러분(한국당)이 보이콧해서 소위가 안 됐다. 국민들이 8월 말 정개특위 결론을 기대하고 있는데 한국당이 5당 합의에 역행하는 안을 당론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논의는 의미가 없다”며 “소위에서 넘겨서 전체회의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요구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도 “드리블이 아무리 현란해도 침대축구는 침대축구다. 소위는 지난주 마무리됐어야 한다. 비생산적이고 대안 없는 논의를 계속하는 건 소위원들이 전체회의 소속 성원들의 권한을 사실상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심상정 의원 안으로 제출된 여야 4당안은 완벽하진 않지만 2015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안과 맥락을 같이하고, 19대 국회 때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안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건 자기부정이다. 지금은 소위 종료 ‘휘슬’을 불고 전체회의로 넘겨서 마지막 논의를 하도록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26일 오전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왼쪽)이 정개특위 1소위를 찾아 김종민 1소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26일 오전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왼쪽)이 정개특위 1소위를 찾아 김종민 1소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후로도 표결을 막으려는 한국당 의원들과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는 4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김 위원장이 표결을 시도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정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표결이 끝나고 회의실에 남은 장 의원은 기자들에게 “오늘 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과 민주당 패거리가 한 일은 ‘민주주의 폭거’이자 우리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 본다”며 “저는 또다시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4당 안 등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로써 여야 4당 패스트트랙안인 심상정안(준연동형 비례제 등)과 정유섭안(의원 270명으로 감축·비례대표 폐지), 박주현안(지역구 253석·비례대표 63석), 정운천안(석패율제) 등 4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1소위 심사를 마치고 전체회의로 넘어갔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통과(최대 180일 심사)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본회의 상정 이후 60일 이내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이날 오후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해 표결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안건조정위에서도 3분의2 이상 찬성이면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 3명, 한국당 2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구성될 경우 한국당이 반대해도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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