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했다. 편법으로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없애거나 대표성 없는 이들을 협의체에 소집하는 등 노동자들을 무시했다고 판단해서다. 

KAC공항서비스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KAC공항서비스지부, 전국KAC공항서비스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등이 있는데 전체 조합원 909명 중 877명이 투표에 참여해 92.3%가 파업에 찬성했다. 

지난해 8월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노사 상생발전 선포식’을 열고 비정규직 약 4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방·폭발물 처리반 약 300명은 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 KAC공항서비스에 고용해 2019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17일 비정규직 4100여명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며 '노사 상생발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공항공사
▲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17일 비정규직 4100여명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며 '노사 상생발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공항공사

노조는 해당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부터 문제 삼았다. 지난 2017년 9월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첫 회의를 열었는데 공사대표 6명, 노동자대표 10명, 전문가 4명으로 구성했다. 노동자대표 10명 중 4명은 노조대표였지만 6명의 무노조대표는 소장 등 관리자들을 포함해 사실상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이를 지적하며 노동자대표 재선출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3월말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 설립이행을 논의하자며 노사전문가협의회 의원들을 불러 ‘상생협의회’를 구성했다. 노조는 상생협의회 구성에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이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도 노조의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기존 상여금이 기본급의 200~400%였는데 직무급 대비 100%로 낮추고 조정차액은 기본급 등에 산입해 총금액을 유지하기로 했다. 식대·교통비 등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려는 전형적인 꼼수로 평가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2019년에 최저임금을 10.9% 인상했지만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은 공사 측이 4% 인상안을 고수해 임금인상을 억제해 ‘하향평준화’됐다는 주장이다.

또한 7%에 불과한 직접고용 전환자들은 공사 내에서 별도 직군으로 묶여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공항공사 로고
▲ 한국공항공사 로고

노조의 단결권을 약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사 측은 보안과 경비 분야를 하나의 자회사로 설립하면서 공항시설·운영분야는 두 개(중부·남부)로 자회사를 분할하기로 했다.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가진 공항시설·운영분야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약화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했다. 

이에 노조는 자회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전국공항 시설운영 직군 2190명 중 1406명이 참가한 자회사분할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국토교통부에 자회사 분할 백지화 등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출했다. 국토부는 노사간 협의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들 노조는 오는 26일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1층에서 “전국 14개 공항 노동자들 첫 파업투쟁 결의, 당사자 빠진 상생협의회 반대, 온전한 정규직 전환 촉구” 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