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주장해온 성폭력 관련 형사정책 방향을 두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조 후보자가 성매수‧비동의강간죄‧의제강간 등의 형사제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는 22일 성명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그간 내세웠던 여성정책 관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법‧정책에 분명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전국연대는 성명에서 “조 후보자는 여성계의 오랜 요청사항인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적용 나이를 올리고, 비동의 강간죄 신설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미투’ 국면 이후 내놓은 ‘형사법의 성편향’ 전면개정판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모든 비동의 성교를 모두 ‘범죄’로 규정하자는 제안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벌을 위해 ‘폭행’ ‘협박’ ‘위력’이 필요없다는 건 과잉범죄화 편향”이라고 썼다.

조 후보자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조정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같은 책에서 성인이 13~15살 미성년자와 성관계 맺는 것의 비범죄화 원칙을 두고 양육‧교육 등 보호관계이거나 장애 미성년자일 때에만 해당 성인을 처벌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나이를 올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미성년자와 성관계 맺은 성인의 처벌이) 고교생의 성적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연대는 “실상 여성의 비동의 의사와 행동은 너무 자주 동의로 읽혔고, ‘저항’하지 않았기에 성폭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 반복됐다. 성인여성의 의사도 존중받지 못하는데, 청소년의 비동의 의사는 더욱 쉽게 묵살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투운동으로 폭발된 여성들의 분노를 담은 현실적 요구에 조 후보자는 관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조 후보자가 성매매 사안에 밝힌 견해도 비판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성매매대책 자문위원이었던 2003년 한국형사정책학회 논문에서 단순 성 구매 남성을 처벌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 행위자 쌍방 비범죄화 원칙을 주장했다. 그는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범죄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논리”라며 “성년 간 성매매에 ‘차별적 범죄화’ 정책은 당장 위헌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의 맥락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성구매 남성 일반을 바로 ‘범죄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형벌권 과잉과 선택적 법집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연대는 “법무부는 성매매 해결을 위해 성매매여성 비범죄화와 성매매 수요차단을 더 강력하게 집행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성매매 이슈에 현행 성매매방지법에 배치되는 개인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후보자가 과연 어떻게 현행 성매매 알선행위자와 구매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집행을 추진하고, 성매매여성 인권을 보호하고 성착취 범죄에 대응할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미례 전국연대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조 후보자는 인권과 진보를 강조해왔고 법무부는 모든 처벌법의 주무부처인데 후보자는 여성폭력을 구조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그의 말대로 형법이 남성중심이라면, 이런 편향이 오랜 성차별 구조질서 탓임을 왜 못 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UN 등 국제사회와 국회에서도 미투 국면 이후 ‘비동의 강간죄’ 도입 요구가 쏟아진다. 조 후보자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에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 아닌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규정하도록 법개정을 권고해왔다.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놓고는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하지 않도록 법률검토 △인신매매방지 의정서 비준 등을 권고했다. 독일과 스웨덴, 캐나다, 영국, 미국 등 유럽과 영미권 국가들은 ‘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하는 추세다.

조국 후보의 성폭력 관련 정책을 검증한 언론은 서울신문이 거의 유일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20일자 4면 <조국, 여가부 성매매대책 자문위원 때 ‘성 구매 남성 처벌 제외’ 논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 후보의 이런 인식에 대해 “조 후보자가 보수적인 성인식을 유지한다면 여성계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8월20일자 4면.
▲ 서울신문 8월20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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