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과의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는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시그널을 최근까지도 전했으나 일본이 이를 거부하거나 일절 입장을 바꾸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오후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협정에 따라 연장 통보 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 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판단했다. 김 처장은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과정은 이날 오후 3시 정각에 NSC 상임위가 청와대에서 열려 지소미아 연장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한 뒤 ‘종료’를 결정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청와대 여민1관 3층 대통령 집무실 옆 소회의실로 옮겨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약 1시간 가량 다시 토론을 거치고 재가했다.

청와대는 종료 배경을 한마디로 일본이 대화 해결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한 우리 제안 거부 △7월 특사 2번 파견에도 호응 없었고 △어제(21일) 북경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까지 어떠한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대화와 협력에 나서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일본을 비난하는 메시지는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매우 의미 있는 광복절 경축사이며 의미 있는 시그널을 보냈다”며 “그러나 일본 주요 인사들 발언과 외교 경로를 통한 일본 반응은 사실상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중재안이 최종안이 아님을 일본 측에 여러 계기로 상기시켰는데도 일본 정부는 대화를 거부하거나 사실상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애초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소미아를 사실상 유지 쪽 의견이 다수였다. 과거사에는 명확한 입장을 유지하더라도 한일 안보 등 협력 유지라는 ‘투트랙’ 정책은 변함없는 기조였다. 하지만 일본은 역사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전환시켰다. 일본은 백색리스트에서 아무런 근거와 설명 없이 우리를 제외시켰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과거사를 안보로 전이시킨 상황에서 지소미아 효용성을 검토했고 효용성과 한미동맹의 영향성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검토결과 첫째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한 행위는 우리를 협력국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한일 안보협력의 근간을 흔들고 둘째 반도체 비중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의 실질적 피해를 조장하고, 이는 미래 협력의 진전을 어렵게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검토 방식은 NSC 실무조정회의, 상임위원회와 부처간 이견 조정(보안유지), 내부적으로 매일 여론조사 실시 등을 통해 이뤄졌다. 청와대는 외교안보 차원의 한일, 한미관계, 한반도 영향도 평가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도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 정보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체결 뒤 한일 간 직접 정보 교류 횟수는 29회였으나 최근에는 정보 교류 대상이 감소세였다. 그는 “2018년도에는 사실상 정보 교류 수요가 없었고, 최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로 일본 측이 우리에게 요구한 안보 정보 교류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를 안보 협력국으로 간주하지 않고 사실상 전략물자의 수출 통제 대상 국가로 대하는 일본의 태도에도 이 협정을 유지해야 하는 실리는 그리 크지 않다”며 “일본은 문제해결을 위한 우리의 모든 외교적 노력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제안도 거부…지소미아 종료 입장 미국도 이해

청와대는 미국의 제안도 일본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안으로 일정 기간 내에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일 양측이 외교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하는 ‘현상 동결 합의’, 스탠드 스틸 어그리먼트 방안이 제시돼 일 측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거부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우리 정보 자산과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안보는 대비가 가능하고 감시가 가능하다며 필요시에는 2014년 12월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티사·TISA)으로 일본과 협력은 진행되므로 정보 공백이나 감시 공백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NSC 상임위에서 내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보고받으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NSC 상임위에서 내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보고받으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NSC 상임위에서 내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보고받으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NSC 상임위에서 내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보고받으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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