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를 가고 싶어하는 여동생이 있었다. 동생이 받은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이단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저희는 대대로 기독교 집안이었다. 결국 여동생은 그 대학에 지원하지 않았다. 집에서 반대했다. 동생에게 지금도 미안하다. 그런데 친한 한 목사의 딸도 간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공교롭게 동생이 가려고 했던 대학에 지원하더라. 그 목사는 평소에 이단을 비난하던 분이었는데 교회에선 그렇게 욕을 해놓고 자기 자식은 이단이 운영하는 대학에 보내더라”

한 언론사 간부가 해준 자기 가족 이야기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의혹을 보고 떠올랐다고 한다. 자신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든 조국 후보자에 원망, 그리고 당시 집안의 선택에 후회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 조국 후보자 얘기를 듣는데 문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 중에 조 후보자 의혹에 실망하고, 낙마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여론이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했다”고 했다.

자녀 관련 의혹이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온 ‘공정’ 가치에 어긋나 보여 지지층 안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2030세대 중심의 정의당 당원으로 구성된 ‘진보너머’는 “보수언론이나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오는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의혹 제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한다. 특히 사모펀드, 위장이혼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다분하며 향후 청문회를 통해 밝혀져야 할 여지가 많다”면서 “그러나 자녀의 진학과 재학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밝힌다. 문제는 탈법 위법 여부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주류 엘리트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촛불시민들이 서글프게 확인한 장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부형 인턴십’이라는 난생 처음 들어본 과정에서 논문의 제1저자가 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으며, 또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해 휴학을 불사하고 알바로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들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 같은 6학기 연속 장학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느냐? 그게 다른 정치세력도 아닌 저 보수 기득권 세력의 패악질을 예리하게 공격해왔던 정치세력이라면 그 배신감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2030세대들에게 조국 후보자 자녀 관련 의혹은 그동안 공정을 추구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에 대한 배신의 감정까지 뒤섞여 있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공학적 분석도 복잡하다. 혹자는 ‘조국 숙제’라고 표현했다.

자유한국당은 어느 때보다 사기가 충전된 모습이다. 일본과 무역 전쟁에서 친일 프레임 공세에 시달렸던 한국당에 조국 후보자가 탈출구가 됐다. 호기를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조국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을시 사태가 꼬인다.

인사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가 한국당의 공세를 무디게 만들거나 한국당의 문 제기에 허점이 드러나면 여론이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못하면 지도부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도부 교체 요구가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이 절실한 때에 한국당 지도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보수 세력에게 조국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켜야 하는 숙제인 셈이다.

진보 진영도 조국 후보자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긴 마찬가지다. 조국 후보자 의혹을 망망대해 중 작은 너울성 파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람과 문재인호가 반파될 수 있다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모두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조국 후보자 낙마는 문재인 정부 개혁을 되돌리는 반역이고, 후자는 조국 후보자 임명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위험에 빠뜨리는 신호탄으로 본다. 조국 후보자 낙마 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의 지지층이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확산될 수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조국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도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인데 이게 중반을 넘어선 문재인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개혁의 불씨가 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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