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내린 시정명령이 행정소송 패소로 무효가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2일 오후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초 지난달 선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는 판결을 늦추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발단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변경 논란이다. 2017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이용자 불만이 속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는 페이스북이 한국 이용자들의 접속 경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트래픽 규모가 큰 해외 사업자의 경우 한국 통신사들과 협의를 통해 국내에 캐시 서버를 개설하는 식으로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운영해왔다.

페이스북은 KT와 계약을 통해 KT에 서버를 만들어 썼고,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도 KT망을 통해 접속할 수 있게 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다른 통신사와 서버 증설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LG와 SK 이용자 접속경로를 홍콩 서버로 바꾸면서 속도가 느려졌다.

▲ 페이스북 본사.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 페이스북 본사.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고의로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용자에게 고의로 피해를 야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제재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벌였다. 페이스북은 공판 과정에서 접속경로변경은 망 효율화의 일환으로 망 이용대가 협상과 무관하며 이용자 피해를 야기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진성철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 판결문이 일주일 이내로 송달될 것이다. 이후 자세한 입장을 내겠다. 바로 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성철 과장은 “사전고지 없이 해외망으로 우회해서 국내 이용자에게 피해를 유발시켰기 때문에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한 것이다.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규제는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까지 가야하겠지만, 이 건 자체로 글로벌 사업자에 의한 국내 이용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환영’ 입장을 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입장을 내고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과징금이나 망이용료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다. 우리가 이용자들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야기했다는 제재 사유가 억울했다. 우리가 식당인데 식당 앞 사람이 많아져서 도로 교통에 문제가 생겼다고 일부러 음식을 맛 없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 받은 이유는 망 이용료 대가 논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자들이 국내 통신사와 통신망을 사용하는 대가를 내는 협상에서 비용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는 트래픽을 과도하게 발생시키는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치권과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국내 업체만 거액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사업자들은 제대로 안 내고 있다며 ‘역차별’론을 펼쳐왔다.

해외 사업자들은 큰 부담을 지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캐시서버 구축은 해외 사업자가 아닌 국내 통신사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고 근본적으로 통신사의 인터넷사업자 대상 망 이용료 부과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