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채널A ‘돌직구쇼’에 “조국 딸, 인터넷에 판 자소서”란 제목으로 ‘고려대 수시 이력서→5천원’, ‘해외봉사 자기소개서→3천원’,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 논술→5백원’ 등이 적힌 화면이 등장한다.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가 과열 양상이다. 문재인정부 첫 번째 법무부장관 후보자였던 안경환 전 서울대 교수의 경우 후보자 지명 다음 날인 6월12일(월)부터 후보자 사퇴 다음 날인 6월17일(토)까지 전국 10개 중앙일간지(조간) 지면에서 ‘안경환’으로 검색되는 기사·칼럼·사설은 6일간 221건이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날인 6월27일(화)부터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임명한 7월19일(수)까지 ‘박상기’로 검색되는 기사·칼럼·사설은 20일간 167건이었다. 

반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날인 8월9일(금)부터 8월22일(목) 현재까지 ‘조국’으로 검색되는 기사·칼럼·사설은 857건이다. 이 중 조 후보자와 관련 없는 기사 196건을 추려내도 12일간 661건이다.

지난 일주일 네이버에 나온 기사 가운데 ‘조국 후보’로 검색되는 기사만 22일 오전 10시 현재 7941건이다. 언론은 장관 후보자 ‘검증’과 ‘신상털기’의 구분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한국언론피해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이진아 변호사는 “검증을 이유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 알고 싶지 않은 후보자 관련 개인적 정보까지 언론이 공개하고 있다”며 “소송을 한다면 언론사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많은 기자들이 저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고, 집 앞에 진을 치고 대기하고, 심지어 직장까지 연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조 후보자의 전 제수는 자신의 위장 이혼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정사까지 공개한 긴 호소문을 내야 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호소문 전문까지 보도했다. 이진아 변호사는 “전문을 싣는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를 구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조 후보자 동생 입장이 기사화됐다. “건설업에 뛰어들었지만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저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었고…2005년 10월에 지금은 헤어졌지만 전처와 결혼을 했는데, 비록 제가 신용불량자이고 마땅한 직업은 없었지만 그 때에는 새로 시작하는 시행사업이 잘 되리라는 확신이 있어 서로 사랑하며 잘 해보자고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21일자 사설에서 “언론의 검증은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언론 검증을 매도하며 억지 비호에 나선 집권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10년 전쯤 이혼했다는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최근까지 자녀와 함께 살면서 여행도 다녀왔다는 목격담이 넘쳐난다”며 조 후보자 일가를 “가족 소송 사기단”으로 표현했다.

▲조선일보 8월20일자 사설.
▲조선일보 8월20일자 사설.

KBS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인 저널리즘전문가 정준희 교수는 “언론이 모든 검증을 대행하는 민주적 기구인 양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잉된 자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를 두고 “언론은 모든 종류의 의혹을 끌어모으며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면서 이를 검증보도의 불가피성이라고 면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개인사든 뭐든 달려들어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고 대부분 의혹 중심이다. 의혹이 사실로 둔갑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의료원은 8월19일자 입장에서 “부산의료원장 임명과 관련한 영향 등의 과도한 의혹 제기는 반드시 바로잡아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이 후보자의 인생 전체를 털고 있다. 검증보도를 넘어 사안을 침소봉대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보도를 언론자유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언론이) 후보자를 검증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여야를 떠나 앞으로 제대로 일할 사람들이 아무도 공직에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공직후보자 검증 보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언론이 기준이나 철학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여진 이사는 “김진태 의원이 조 후보자의 선산을 찍은 사진을 올린 행위는 언론이 비판해야 했지만 오히려 전달하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현 정부 초기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 때 안 후보자 아들이 고교시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안 후보자 아들이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의혹이 있는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서울대에 부정입학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결국 안 후보자는 스스로 후보자 지위에서 물러났다. 

이후 안 후보자의 아들이 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3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안씨가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없고 이로 인해 징계도 받지 않아 (한국당 의원들의 폭로는) 명백한 허위”라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폭로를 보도했던 당시 언론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14년 8월19일, 문창극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관훈클럽이 개최한 ‘인사 검증 보도의 현주소와 개선점’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사적 사안의 공적 관련성을 확립하는 것이 언론의 일이다. 공적 적실성(public relevancy)의 원칙을 실현하지 못하고 비판 기사를 쓰면 흠집 내기 기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교수는 “언론의 공직자 검증 보도가 ‘근거없는 물어뜯기’와 ‘부당하게 퍼뜨리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선 확인 가능한 사실적 근거를 제시하고, 당사자의 견해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 출입 경험이 있는 20년 차 중견 기자는 “조국 후보자에게 흠결은 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한 적이 있나”라고 되물으며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아무렇지 않게 커밍아웃 되고 있다. 조국의 기를 꺾어서 레임덕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문재인정부는 참여정부 때와 달리 검찰과 경찰에 맡기지 않고 청와대 주도하에 (검찰개혁) 방안을 만들었다. 개혁 대상에 개혁을 맡기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조국 후보자를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과제를 마무리할 적임자”라고 했다. 기존 검찰 권력 입장에서 조 후보자는 ‘원수’가 될 운명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조 후보자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과열 보도 양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검찰개혁을 무산시켜야 한다는 특정세력의 이해관계를 염두 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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