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람만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돈 있는 사람만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선별적 대책, 폭염 가장 취약한 노숙인‧비적정 거주자 방치 “주거정책 변화 없인 폭염대책 없다”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정부가 지난해 8월18일 슬로건을 내걸고 ‘범정부 폭염대책본부’ 대책을 가동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록적 폭염으로 전국 48명이 숨지고 온열질환 신고가 사상 최다를 기록하자 대책을 마련했다. 1년 뒤 다시 폭염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가 폭염 취약계층에 ‘이재민이 되라’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2‧18안전문화재단, 반빈곤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등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폭염으로 인한 주거취약계층의 온열질환의 현실과 건강권·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날 정부 대책이 정작 폭염에 취약한 이들을 빗겨난다고 지적했다. 노숙인과 쪽방, 임시거처 주민 등 더위로부터 몸을 피하지 못하는 주거취약계층이다.

폭염은 주거취약계층에 갑절로 혹독하다. 거처엔 냉방기기를 들여놓지 못하고, 일을 해도 대부분이 건설현장 등 야외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더위를 하루 종인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한편 폭염이 심해지면 야외 일자리마저 줄어, 거처를 유지할 경제여건은 더 나빠진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2‧18안전문화재단, 반빈곤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등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폭염으로 인한 주거취약계층의 온열질환의 현실과 건강권·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형수‧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2‧18안전문화재단, 반빈곤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등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폭염으로 인한 주거취약계층의 온열질환의 현실과 건강권·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부의 다양한 ‘재난대응책’은 주거가 안정된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정부가 홍보하는 ‘무더위쉼터’부터 한계가 명백하다. 정부는 각 동 주민센터와 보건소 등에 ‘무더위 쉼터’를 지정 운영한다. 그러나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거취약층은 쉼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황승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대구 쪽방촌 온열질환자를 심층 인터뷰조사했더니, 본인이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해 주민센터 등 무더위쉼터를 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했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취약층’을 대상으로 냉방에 필요한 전기를 구입하도록 지원한다. 문제는 쪽방에 사는 이들은 냉방기기 자체가 없다. 보증금 없는 월세를 전전하는 주민은 정착하기 어려워 에어컨 설치가 어렵다. 주거급여수급자들은 이런 정책 대상에도 들지 못한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저소득층과 주거취약층은 냉방기기 임대 정책이 더 절실하다”고 했다.

‘범정부 대책’은 사전 예방보다 사후 대처에 치우쳐 있다. ‘범정부 폭염대책’ 세부 추진대책은 59가지에 이르지만, 폭염 전 대책은 18건에 그쳤다. 황승식 교수는 “마치 태풍이 오기 전에 준비할 일을 태풍 왔을 때 시작하는 셈이다. 정부가 재난을 재난처럼 대처하지 않아 피해가 반복된다”고 했다.

▲(왼쪽부터)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 이보라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소장,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 사진=김예리 기자
▲(왼쪽부터)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 이보라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소장,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 사진=김예리 기자

장민철 소장은 “정부 대책이 나온 뒤 현장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지급물품이 넘쳐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 준비과정이나 고민이 없으니 다급하게 예산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고민해 내놓는 대책이 선풍기 지급 따위로 그친다. 물품 지원도 분명 필요하지만, 물품 지급만 필요한 건 아니다.”

토론자들은 폭염 정책에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근본으로 바꾸는 정책만이 실효성을 지닌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주거대책 없이 ‘무더위쉼터’에 오라는 식의 대책은 이들에게 더위를 피해 ‘이재민이 되라’는 말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활동가는 정부가 고시원‧쪽방 등 거처로 활용되는 모든 ‘비적정 주거지’에 적용할 ‘적정주거기준’을 마련해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기본 실태 파악 뒤 주거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무더위쉼터 수요나 이용 현황을 조사하지 않는다. 노숙인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규모를 파악할 사망원인 통계는 2005년 이후 작성되지 않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는 매번 정책을 내놓으며 새롭다는 듯이 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거나 방향성 없는 제시가 대부분”이라며 “원칙과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몇 개 선별 폭염대책이 근본 대안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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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불가 2019-08-22 12:36:07
강남에 빌딩 없으면 인간 취급도 안해주는 시대에....의원님들중에 서울에 땅,건물없는 사람 손들어 보이소. 다들 당신을 위한 정책이고 법이지.

바람 2019-08-22 09:56:17
토론자들은 폭염 정책에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근본으로 바꾸는 정책만이 실효성을 지닌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주거대책 없이 ‘무더위쉼터’에 오라는 식의 대책은 이들에게 더위를 피해 ‘이재민이 되라’는 말과 같다”고 강조했다. <<< 주거대책을 내놓으면 주변 사람들이 집값 내려간다고 더 난리 아닌가. 급진적인 것만 바라지 말고 여러 정책을 느리지만, 천천히 바꿔나가는 게 어떨까. 그리고 업무량 대비 공무원 수가 적은 건 사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