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을 신청할 때 부모동의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는 예규를 삭제해 관련 단체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SOGI(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가 21일 공개한 대법원 자료를 보면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신청을 하는 경우 부모 동의서를 신청서에 필수 첨부해야 할 서류에서 제외해 부모 동의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원이 재량으로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부모동의서를 첨부서류 목록에서 삭제하고, 부모 동의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참고인심문 규정을 삭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번에 개정한 부분은 2006년 대법원예규를 제정할 당시부터 있었는데 이후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SOGI법정책연구회는 전했다. 지난 7월1일 인천가정법원은 부모동의가 성별정정에 필수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희망을만드는법이 지난해 수행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경험 조사를 보면 45.7%가 부모동의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 대법원이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을 신청할때 부모동의를 의무화한 예규조항을 삭제했다. 사진=pixabay
▲ 대법원이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을 신청할때 부모동의를 의무화한 예규조항을 삭제했다. 사진=pixabay

SOGI법정책연구회는 “이번 대법원예규 개정이 이런 트랜스젠더들의 구체적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아직 무너뜨릴 장벽들이 있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신체침습적인 외과수술 요구, 심문과정에서 인권침해, 불명확한 성별정정절차 등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법원예규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회는 “대법원이 이번 예규계정을 계기로 트랜스젠더의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달라”며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방관한 국회와 정부도 트랜스젠더 기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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