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상파 3사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푹’(POOQ)과 SK브로드밴드 OTT ‘옥수수’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자회사 또는 합작회사 통해 각각 ‘옥수수’와 ‘푹’이라는 브랜드로 OTT 사업을 하다가 지난 1월 통합OTT서비스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난 4월8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 승인을 “국내 OTT 시장이 급속하게 변화·발전하고 있고, OTT 사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급변하는 신산업 시장에서의 기업결합은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제때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하고 신속하게 심사·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푹과 옥수수의 결합회사(웨이브)가 유료 구독형 OTT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인 44.7%를 차지하게 될 것을 고려해 ”지상파 3사가 다른 OTT 사업자에게도 지상파 방송 VOD 공급 협상을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 지난 1월3일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동영상 플랫폼 공동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최승호 MBC, 양승동 KBS, 방정호 SKT , 박정훈 SBS 사장.  사진=지상파 3사 제공
▲ 지난 1월3일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동영상 플랫폼 공동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최승호 MBC, 양승동 KBS, 방정호 SKT , 박정훈 SBS 사장. 사진=지상파 3사 제공

지상파 업계는 이번 결합 승인 결정이 경영 위기에 처한 지상파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콘텐츠 시장으로 진출하기 기회의 장이 열렸다면서도,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진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어 앞으로도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이지만 지상파가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고, 그래도 지상파가 아직 국내 대표선수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에 대항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이번 투자를 한 것이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와 SKT OTT의 결합을 “자본이 필요한 지상파와 콘텐츠가 필요한 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면서도 “넷플릭스의 시장 영향력과  디즈니플러스 등의 국내 진출도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어 다른 통신사와 글로벌 OTT의 제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업계에선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콘텐츠를 거액의 판권으로 사들이고 있지만 해당 드라마 제작비 상당 부분이 스타급 주연 배우들과 작가에게 돌아가는 상황은 국내 제작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스타들의 몸값은 더 올라가나 제작비는 한정돼 있어 정작 콘텐츠 제작 종사자들의 처우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정부에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건 여러 가지 대비책 중 하나다. 광고 매출로 지상파가 다시 옛날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요즘엔 제작비가 없어 재방률이 높아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OTT 사업이 성공해서 지상파가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인 시청자에 좋은 콘텐츠 제공으로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