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청년 A씨가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16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에서 A씨는 놀이기구에 끼여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랫부분이 절단됐다.

언론은 접합 수술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중 있게 다뤘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회사가 A씨 사고에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 당한 청년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 삶의 무게가 그려져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런데 이런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뉴스가 나와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는 지난 19일 “대구 놀이공원 알바생 접합수술 실패 소식에..‘너무 안타깝다’”라는 기사에서 A씨 사고 상황과 접합 수술 실패 소식을 전했다. 연합은 “한쪽 다리를 잃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A씨의 처지가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면서 A씨 지인도 인터뷰했다.

연합은 하지만 A씨의 학력을 언급하면서 차별로 볼 수 있는 내용을 덧붙이면서 댓글창이 성토장으로 변했다.

연합은 “A씨는 대학 진학은 하지 않았지만 원만한 성격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왔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대학 진학은 하지 않았지만’이라는 대목이 공분을 일으킨 것이다.

해당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은 1000개가 넘었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것과 원만한 성격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냐는 비판이 거셌다. ‘사람이 다쳤는데 대학 나오고 안 나오고가 중요하냐. 대학 진학 못해서 더 안타깝다는 말이냐’라는 비난이 나왔다.

독자 B씨는 “너무 기가 막히다. 대학 진학 하지 않으면 원래는 원만한 성격도 아닌 거고 성실한 것도 아니라는 뉘앙스로 들리는 건 나뿐이냐”면서 “착하고 원만한 성격이 아닌 사람은 사고를 당해도 안쓰럽지 않은 건가”라고 지적했다.

▲ 대구시 이월드 다리 절단 사고 연합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 대구시 이월드 다리 절단 사고 연합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한국 사회 편견이 고스란히 기사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C씨는 “‘대학’이랑 ‘성격’이 중요하냐, 지금 스스로 돈 벌어서 살아보겠다고 일하다가 젊은 사람이 다리를 잃게 생겼는데”라고 했고, D씨는 “군대 전역해서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밥벌이 하는 것만으로도 귀감이 되는 직원인데 대학 진학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무슨 뜻이냐”고 반문했다.

E씨는 “기자님, 의식에 문제가 많군요. 언론사도 문제다. 다치신 분을 위해서라도 사과보도 하세요. 정말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대학을 나왔지만 기사를 쓰기엔 부족하다’고 꼬집는 글도 달렸다.

결국 연합뉴스는 “주위에서는 평소 원만한 성격으로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 온 착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라고 기사를 수정했다.

기사를 쓴 김용민 기자는 “열이면 여덟이 가는 대학은 특별한 의미가 없고 오히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선택이 소신이 있었다라는 의미”였다면서 “오히려 대학을 가지 않은 게 도드라지고 소신 있어 보이고 특별한 것으로 보여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관련 문장을 안 썼으면 좋았겠지만 하나라도 정보를 더 넣어야 되는 상황도 있었다”며 “독자들이 지적하는 내용에 공감은 한다. 다만 시대가 달라졌으면 한다. 누구나 대학가는 세상에서 대학 진학을 안했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기특하다는 차원에서 쓴 말”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김 기자는 “저의 본심하고는 상관없이 오해를 일으켰다. 여러 가지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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