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간병 스트레스 제가 잘못된 건가요?” 2018년 5월 연합뉴스가 만든 카드뉴스 한 대목이다. 간병으로 스트레스 받는 시민들 사례를 나열한 다음 24시간 간호서비스를 전담하는 서울시 환자안심병원을 소개한다. 포털 네이버에서 ‘여성이 더 많이 본 뉴스’ 1위, 사회면 ‘가장 많이 본 뉴스’ 7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 기사는 서울시 돈을 받고 만든 ‘광고’였다. 

미디어오늘이 2018년 서울시 온라인 언론홍보 내역을 분석해 실제 포털에 송고된 기사와 대조한 결과 연합뉴스, SBS, 노컷뉴스,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아시아투데이, 민중의소리,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직썰, ㅍㅍㅅㅅ 등의 매체가 만든 기사 68건이 서울시로부터 돈 받고 기사를 만들어 포털에 내보낸 것이다. 콘텐츠는 건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 연합뉴스가 서울시에 제출한 성과보고서.
▲ 연합뉴스가 서울시에 제출한 성과보고서.

서울시의 언론사 대상 광고비 지출은 광고와 콘텐츠를 접목한 네이티브 애드를 카드뉴스, 영상 등의 형식으로 제작해 SNS공간을 중심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언론사는 서울시에 ‘노출량’ 등 성과를 보고한다. 

문제는 언론사가 자사 사이트에 ‘기사’로도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포털에 송고했고, 다수 언론사가 서울시 돈을 받은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돈 받고 만든 사실을 모른 채 기사로 소비한다. 

연합뉴스는 환자안심병원 홍보 카드뉴스 외에도 “[Y스페셜] 서울시 출산선물 세트 솔직 리뷰”(출산축하용품 지원) “지긋지긋 추석 잔소리…당신의 선택은?”(일자리카페) 등 10건의 기사를 서울시 돈을 받아 포털에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서울시에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 등 양쪽 포털 메인에 게재되며 30대 이상의 정통 뉴스 독자에 어필”했다고 밝혔다.

SBS(스브스뉴스)는 “지친 취준생에게 활력을!…‘서울시 청년수당’ 직접 받아 써보니”(청년수당) 등 8건이 확인됐다. 노컷뉴스는 ‘씨리얼’ 브랜드 명의 등으로 관련기사 5건을 노출했다. 

일간지 중에서는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이 서울시 돈 받고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일보는 “‘서울페이’? 그게 뭐임? 먹는 거임?” 등 3건의 카드뉴스를 기사로 노출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2016년 한국일보가 노스페이스,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카드뉴스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한국일보는 과거 일부 이뤄졌던 일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 돈 받고 만든 언론 기사 화면(포털 네이버 기준)
▲ 서울시 돈 받고 만든 언론 기사 화면(포털 네이버 기준)

 

한 매체 관계자는 “기사를 쓰면 자동으로 포털에 내보내기에 큰 고민 없이 포털에 보냈다”고 말했다. 일부 포털 검색제휴 매체의 경우 포털로 인한 유입 비중이 크지 않고 서울시에 보낸 성과보고서에도 포털 송고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매체의 경우 포털에 송고하지 않은 관련 기사도 있었다. 

언론사들은 서울시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13개 매체 가운데 이를 명시한 매체는 SBS, CBS, 직썰 등 3곳이다. 이들 매체는 기사 말미에 ‘제작지원 서울시’라고 쓰거나 서울시 로고를 내보내며 ‘공동제작자’로 밝혔다.

이 같은 고지를 하지 않으면 독자를 기만하는 문제가 있는 데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언론사 자체에 협찬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 정당한 ‘권원’(어떤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상의 원인)이 없는 한 제재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신문사들이 협찬금을 받고 만든 별지 기사에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을 명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 해석 때문이다.

출처를 명시한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포털에 기사를 내보내는 순간 포털 제휴규정 가운데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 평가위 관계자는 “돈을 받았다는 근거가 있으면 제재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용을 보면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제휴평가위 규정과 별개로 포털과 언론사 간 계약서에 돈을 받고 만든 ‘광고’를 송고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신문윤리위원회는 이 같은 기사를 협찬 명시 여부와 별개로 “기사와 구분되지 않는 기사형 광고의 무분별한 제작 및 발행은 독자들을 현혹해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신문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뉴스는 독립적으로 뉴스가치를 판단해 보도해야 하고, 그래서 시민들은 뉴스를 믿고 수용하는데 돈 받고 뉴스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광고와 콘텐츠를 접목한 ‘네이티브 애드’가 주목 받으면서 언론계가 이를 어떻게 명시할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로부터 지원 받아 기사를 쓴 매체 소속 복수의 관계자들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밝히지 않았고, 앞으로 명확히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 스브스뉴스의 경우 카드뉴스 마지막장 하단, 포털 송고 기사 마지막줄 바이라인에 서울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 스브스뉴스의 경우 카드뉴스 마지막장 하단, 포털 송고 기사 마지막줄 바이라인에 서울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네이티브 애드 사업을 해온 언론사 관계자는 “영상을 주로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창구가 포털이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경우 돈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건 문제이기에 ‘-와 함께한다’는 식으로 안내문구를 쓰도록 정했다. 투명하게 드러내는 게 언론과 광고주 모두에게 좋다고 본다. 그래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 돈을 쓴 입장에서도 이를 알리고 언론도 내용과 관련한 무리한 요구를 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연우 교수는 “방송 기준으로는 출연자가 직접 협찬여부를 읽어주는 정도로 인식이 돼야 한다. 인터넷 기사라면 명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폰트보다 굵게 쓰는 등 이용자 눈에 띄게 노출해야 한다”며 “다만 제작지원이라는 표현은 제작에 필요한 지원금을 받았다고 이해되는데, 그러면 어떤 명목으로 얼마가 지원됐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찬성 기획기사와 달리 SNS를 통한 카드뉴스, 영상 형식의 광고제작을 요청했는데 언론사가 기사로도 내보냈다. 서울시 정책 내용과 로고가 표시되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이해된다고 생각했다. 서울시가 직접 정보를 전달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설명하려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가 서울시에 낸 성과보고 자료에 포털 송고 여부가 있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포털 송고 여부로 금액을 책정한 일은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를 인지했고 앞으로는 기사 송고, 출처 표시 등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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