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 검증이 한창이다. 청와대가 14일 장관급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지면 검증’이 본격화하고 있다. 논란 초기 보수신문 중심으로 의혹을 제기했지만 20일 매체의 성향을 막론하고 조 후보자를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난 15일 조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가 2017년 사모펀드에 총 74억4500만원 출자를 약정한 사실(사모펀드 출자 의혹)을 전했다. 조 후보 가족이 가진 재산(56억4000여만원)보다 큰 액수를 사모펀드에 넣겠다고 약속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종합일간지 가운데 조선·중앙·동아일보만 이 문제를 제기했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면 편집 논조도 확인된다. 조선일보는 16일자부터 나흘 동안 1면에 조 후보자 의혹을 보도했다. “민정수석 취임 두달 뒤… 조국, 사모펀드에 10억 투자”(16일), “부친의 사학재단 돈 빼내려… 조국 가족 ‘위장 소송·이혼’ 의혹”(17일), “조국 가족 51억 소송 ‘조작된 채권 증서’ 법원에 제출한 의혹”(19일), “성적 우수 학생에게 주던 장학금 ‘낙제’ 조국 딸에만 3년 연속 줬다”(20일) 등이다. 18일은 일요일이라 신문이 발행되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17일자부터 1면에 조 후보자 의혹 보도를 싣고 있다. “‘조국 가족 사모펀드’, 관급공사 기업에 투자”(17일), “고위공직자 198명 중 사모펀드 투자자는 조국뿐”(19일), “조국 5촌조카 명함에 ‘코링크PE 총괄대표’”(20일) 등이다. 이 가운데 조 후보자 딸 조모씨가 고교 재학 중 영어 논문을 제출하고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내용의 20일자 1면(“고교때 2주 인턴 조국딸 의혹 논문 제1저자 등재”)에 조 후보 측은 “후보자나 배우자가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19일 “이혼한 조국 동생 전 부인의 소송 때 법률대리인 역할”이라는 기사를, 20일에는 “‘조국 펀드 주인은 조카’ ‘조카 소개로 펀드 투자’”라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사모펀드 출자’, ‘아파트 위장 매매’, ‘빌라 위장임대’, ‘딸 위장전입’ 의혹 등은 보수신문 중심으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최순실 전두환 떠올리게 만드는 조국 후보자와 가족들”이라며 조 후보에게 부정부패 이미지를 덧씌우거나, “‘위장전입, 시민 마음 후벼판다’더니… 조국 본인도 위장전입”(16일 6면), “조국 ‘IMF때 집 잃은 사람 많다’ 분노하더니… 자신은 송파구 경매 아파트 취득”(17일 3면), “특목고 비난한 조국, 딸·아들은 외고에 의전원·美유학”(20일 3면) 등 기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내로남불’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다. 

▲ 동아일보 20일자 1면.
▲ 동아일보 20일자 1면.

의혹 제기를 보수신문의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건 무리다. 관망세를 유지하던 진보 언론도 관련 보도를 내놓고 있다. 15일자 한겨레는 “조국, 사노맹 관련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제하의 기사에서 청와대의 인사청문요청안에 관해 “조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모친, 장남, 장녀 명의 재산 56억4244만원을 신고했다”고만 보도했다.

이는 경향신문이 같은 날 8면에서 “조국, 민정수석 때 부산 아파트 1채 친동생 측에 매매도”라고 부제(제목은 “장관 후보자 7명 중 4명이 ‘다주택자’… 최기영은 재산 106억원 ‘최고’”)를 뽑고 “청와대 고위 공직자였던 조 후보자가 다주택자에 부담을 느껴 서둘러 해운대 아파트를 판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한 것보다 의혹 제기에 소극적이다. 

반면 서울신문은 15일자 8면 머리기사에 “조국, 위장매매 의혹… 靑 수석 때 부산아파트 1채 친동생 측에 팔아”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이날 6면에서 “조국 민정수석 때 ‘다주택 부담’ 부산 아파트, 동생 前 부인에 팔아” 제목으로 ‘위장 매매’ 문제를 제기했다.

한겨레는 이보다 늦은 17일에야 ‘부동산 차명거래, 위장전입 의혹’, ‘전재산 54억원인데 사모펀드에는 74억원 출자 약정’, ‘석연찮은 가족 간 채무관계 및 소송전’ 등 조 후보자 의혹을 종합해 “야권 ‘조국, 전형적인 내로남불’ 총공세”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0일에도 “위장이혼·위장소송 아니다”라는 조 후보자 동생의 전 부인 입장을 주요하게 다뤘다. 조 후보자 측 반론에 비중을 둔 것.

반면 경향신문은 20일 1면에서 “조 후보자 가족이 거액을 사모펀드에 투자한 다음해에 펀드 운용사에 53억여원의 자산이 수증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 시기와 맞물린 이례적인 자산 수증을 두고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후보자 가족은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뿐 운용사 재무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1일자 1면.
▲ 조선일보 21일자 1면.

의혹 제기에 소극적 논조였던 한겨레도 20일자 사설에서 “조 후보자 쪽이 19일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으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 다양하고 복잡해 조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이전이라도 국민 앞에 좀더 소상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까지 보도는 후보자 정책이나 업무 자질보다 친족을 둘러싼 의혹에 쏠려 있다. 조 후보자가 “성 구매 남성 일반을 범죄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시기(2003년 12월)와 여성가족부 성매매대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시기가 겹친다는 20일자 서울신문 보도를 제외하면 ‘본업’과 관련한 검증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자녀 혹은 배우자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상식선이 존재하는데 이번 보도를 보면, 후보자 동생의 이혼 문제까지 파헤치는 등 과도하게 가열된 건 사실”이라며 “후보자 업무나 정책 검증 보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청문회 때마다 반복됐다.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 의지를 피력한 만큼 관련 비전과 정책도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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