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언론은 일제히 영국 에너지 그룹인 BP의 자료를 인용하여,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OECD 주요국인 미국(-4.3%), 일본(-2.1%), 독일(-7.2%), 영국(-16.6%)과 달리 한국은 석탄 소비량이 늘어났다. 이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사설과 보도를 통해 ‘탈원전 정책 탓에 OECD 주요국 중 한국만 석탄 소비가 늘었다’며 또 다시 ‘기-승-전-탈원전 반대’를 이어갔다. 핵발전 비중을 억지로 줄이려다 보니 석탄화력발전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은 먼저 사실관계가 틀렸다. 먼저 작년 석탄 발전량이 급격히 늘지 않았다. 2017년 석탄 발전량은 238.8TWh로 전년도 대비 11.7% 증가하였으나, 2018년에는 239.0TWh로 0.08% 증가에 그쳤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봄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전 정부에서 인허가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최근 계속 준공되었다. 2017년 이후 시작한 석탄화력발전소 11기는 모두 2009~2012년 인허가가 이뤄진 발전소들이다. 당진 9, 10호기, 태안 9, 10호기, 신보령 1, 2호기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진, 태안, 보령에는 각각 10기씩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보령의 경우, 보령 1~8호기에 신보령 1, 2호기가 추가로 건설된 것이다. 당시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수많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허가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현재 고성하이화력 1, 2호기, 신서천, 강릉에코파워, 삼척 화력 1, 2호기가 건설 중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 탓’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 사설과 기사가 일제히 ‘탈원전의 역설’이라며 독일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석탄 사용량이 늘어나는 ’탈원전의 역설’을 먼저 경험한 나라가 독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BP 자료에 나오는 것처럼 정작 독일의 석탄 사용량은 2018년 7.2%나 감소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독일 정부는 2038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탈핵에 이어 탈석탄까지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원전의 역설’이라며 마치 석탄화력발전소가 늘어나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심각한 ‘확증 편향’이다. 

▲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맨 왼쪽). ⓒ 연합뉴스
▲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맨 왼쪽). ⓒ 연합뉴스

 

물론 현 정부의 탈석탄 정책이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BP 자료에서 보듯 석탄 사용량이 아직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탄 소비국이다. 국내 석탄 광산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발전소나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유연탄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석탄 소비 국가로 널리 알려진 중국보다 1인당 석탄 소비량이 많다.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 문제로 국제 사회가 모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줄이지 않는다면,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우리나라는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 

이런 면에서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국민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석탄 화력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해 온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정책이 이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공사가 덜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폐쇄하지 않는다면, 석탄 사용량은 당분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석탄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핵발전을 옹호했지만, 석탄 사용량을 줄이지 못했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없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석탄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와 핵폐기물만 계속 늘어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