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프라이드 치킨을 주 상품으로 하는 패스트푸드 매장 KFC에는 종합 일간지 이데일리가 놓여있다. 매장 내에는 이데일리 가판이 따로 비치돼 있으며 매일 신문이 공급된다. 왜 치킨을 파는 KFC에 이데일리가 놓여있는 것일까.

▲KFC매장에 놓여져있는 이데일리. 사진=정민경 기자.
▲KFC매장에 놓여져있는 이데일리. 사진=정민경 기자.

장면2.
“사모펀드도 포기한 KFC, 올해 흑자전환…백조로 훨훨”

19일자 이데일리 온라인 보도다. 같은 날 이데일리 지면에도 기사가 실렸다. 기사를 보면 KG그룹이 2017년 KFC를 인수한 후 지금까지와 다른 전략을 구성해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KG그룹이 KFC를 인수한 후 △모바일 시스템 도입 △생맥주 판매를 통한 고객층 확보 △상권 특성에 따른 마감 시간 유연화 △부실 매장 정리 등 새 전략으로 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

▲8월19일 이데일리 온라인 기사의 일부.
▲8월19일 이데일리 온라인 기사의 일부.

흥미롭게도 ‘장면1’과 ‘장면2’ 연결고리는 해당 기사 포털 댓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사 “사모펀드도 포기한 KFC, 올해 흑자전환…백조로 훨훨”의 베스트 댓글 등은 다음과 같다.

“KG그룹의 자회사 이데일리가 KG그룹의 KFC를 홍보. 집안 자랑은 사내에서만.”, “KG홍보팀 작품인가.”, “KG이데일리가 쓴 KG홍보 글이네요” 등등.

▲해당 이데일리의 기사에 달린 댓글.
▲해당 이데일리의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실제 KFC와 이데일리는 모두 KG그룹 자회사다. KG그룹 홈페이지에도 KG의 계열사와 KFC, 이데일리가 나란히 소개돼 있다. 그룹 홈페이지에서 이데일리 로고를 클릭하면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KG그룹 홈페이지.
▲KG그룹 홈페이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데일리 1대 주주는 KG ETS로 37.42%의 지분을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KG 이니시스로 33% 지분을, 3대 주주 KG 케미칼은 3.8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데일리의 자기 주식은 9.02%에 그쳤다. KG그룹이 이데일리 지분을 74% 이상 갖고 있는 것.

즉, 이데일리의 KFC 기사는 대주주 홍보성이 짙다고 해석될 수 있는데 이데일리 측은 대주주와는 관계 없는 취재 기사라는 입장이다.

이데일리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없는 내용을 쓴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대주주와 연결해 ‘노골적 홍보 기사’라고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KFC 기사와 유사하게 미스터피자 등 다양한 브랜드도 취재해서 보도했다”며 “홍보성 보도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어렵다 보니 환골탈태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제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와 관계 없이 취재하고 보도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KG그룹 관계자도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이데일리가 KG그룹의) 계열사인 것을 떠나 KFC 실적이 작년에 비해 좋아졌고, 실적이 좋아진 기업을 주목하는 건 언론사로서 자연스럽다”며 “이데일리 외에 다른 언론도 KFC의 좋아진 실적을 보도했다”고 말했다.

KG그룹 관계자는 KFC 매장에 이데일리가 놓여있는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신문윤리위 심의결정 현황을 보면 취재 형식의 인터넷 기사라도 전체적 내용이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라면 신문윤리강령 위반이라고 결정한 사례가 있다.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작성된 기사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신문윤리실천요강 1조 ‘언론의 자유, 책임, 독립’의 2항 ‘사회경제세력으로부터의 독립’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데일리 측과 KG그룹 측은 기사가 문제 없다고 해명했지만 19일 KFC 매장에는 KFC를 홍보하는 이데일리 신문이 여러 부 배치돼 있었다. KG그룹 자회사 KFC에서 고객들이 KG그룹과 KFC를 홍보하는 이데일리를 읽는 것. 이건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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