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보도량, KBS와 TV조선 동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보도량, KBS와 TV조선 동률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

지난 6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가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기고문이었습니다. 숀 버니는 이 글에서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 판결로 일본 후쿠시마와 그 인근 지역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다만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란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를 식히고 난 냉각수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로 내 연료봉이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한 열을 식혀주기 위해서 도쿄전력은 매일 많은 양의 물을 후쿠시마 원전에 주입합니다. 이때 연료봉과 직접 닿은 냉각수는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방사능 오염수’가 됩니다. 매일 도쿄전력이 주입하는 냉각수가 70t, 원자로로 스며드는 지하수가 100t으로, 매일 170t씩 방사능 오염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나 제염을 거친 오염토, 여기에 더해 대기‧토양‧해양 오염 등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2011년 3월 사고 이후, 국제환경단체와 후쿠시마 주민들 모두 방사성 물질로 인한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그러나 원전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돼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었고, 이후 아베 내각은 원전 사고에 쉬쉬하면서 이제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숀 버니가 지적했듯이,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면 우리나라에도 치명타를 주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면서 지구 전체의 환경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을 감시하는 시민들의 눈높이가 더욱 높아진 이때, 우리 언론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량, KBS와 TV조선 같았다

그린피스의 문제 제기가 기사화된 7일부터 15일까지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 JTBC가 7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KBS와 TV조선이 각각 2건으로 가장 적게 보도했습니다.

그린피스의 주장으로 오염수 방류가 논란이 된 7일, KBS와 MBC‧YTN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사가 1건씩 보도했습니다. 이어 8일엔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에서 ‘도쿄전력이 3년 뒤면 오염수 저장 탱크가 모두 다 찰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고 전하자 다음 날인 9일 JTBC와 채널A가 이를 보도했습니다. 12일엔 숀 버니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 계획을 자세히 알리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SBS와 JTBC가 그를 직접 인터뷰해 일본이 얼마나 대책 없이 방관하고 있는지, 또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렸습니다.

▲ 8월7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날짜가 없는 경우 보도량 또한 없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7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날짜가 없는 경우 보도량 또한 없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13일엔 우리나라 외교부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보도량이 늘었습니다. 외교부는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해 일본에 정보 공개와 입장 표명을 요청함과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외교부의 대응을 보도하지 않은 곳은 TV조선뿐이었습니다. 

14일 그린피스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실제 방류가 이뤄질 경우 1년 뒤 방사능 오염수가 동해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히자 TV조선과 채널A를 제외한 모두가 이를 보도했습니다. 다음 날인 15일이 돼서야 TV조선과 채널A도 오염수 방류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KBS‧MBC, 심층 분석‧비판 없었던 전례 또 만드나

총 보도량에서 KBS와 TV조선은 2건으로 같았습니다. KBS는 정부의 대응이 발표되자 그제야 보도를 내놓은 셈이 됐고, TV조선은 그린피스의 우려만 보도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보도하지 않은 꼴이 됐습니다. 해당 기간 KBS의 보도 중 후쿠시마에 직접 찾아가 올림픽 개최 전 방사능에 오염된 도시 자체에 대해 불안감을 전한 리포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한 분석이나 언급은 없어 보도량 집계에서 제외됐습니다.

▲ 8월13일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발표를 전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S‧MBC‧SBS‧YTN 뉴스 갈무리
▲ 8월13일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발표를 전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S‧MBC‧SBS‧YTN 뉴스 갈무리

정부의 대응이 발표되자 그제야 리포트를 내놓은 곳은 KBS뿐만 아니라 MBC, YTN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영방송 또는 준공영방송이라는 방송사들이 이를 보도하는 데 대해 손 놓고 있었다는 사실은 의아합니다. 13일에 나온 기사들도 KBS <“방사능오염수 방류, 일에 설명 요구”>(8월13일, 김민정 기자), MBC <정부 후쿠시마 ‘정면대응’…“오염수 방류 안돼”>(8월13일, 이정은 기자), YTN <외교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적극 대응”>(8월13일, 왕선택 기자)으로 그날 나온 정부의 대응만 보도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한일 양측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일본 정부는 왜 지금까지 손 놓고 있었는지, 오염수가 방출됐을 때 한반도를 포함해 전 지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등을 보도한 곳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보도 양상은 201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동풍을 타고 일본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이후와 비슷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동풍’ 분다는데…방송3사,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만>(2011년 4월5일)에서 같은 취지로 KBS‧MBC‧SBS의 보도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KBS와 MBC는 정부의 발표를 옮겨 적었습니다. 물론, 8년 전 보도는 원전의 위험성을 숨기는 편이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보도보다 더 부적절했습니다. 당시 KBS는 <모레쯤 유입 영향 ‘미미’>(2011년 4월4일, 김성한 기자)에서 “예상량은 미미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라고 축소 보도했고 MBC는 <목요일 ‘방사능 비’>(2011년 4월4일, 김승환 기자)에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날 전국에 비 예보가 있는데, “가급적 직접 비를 맞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는 하나 마나 한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 신문도 보도량 적어

같은 기간 5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 지면에 실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보도량을 집계한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중앙일보와 서울경제의 경우 외교부가 대응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1건씩 보도하는 데 그쳐 보도량이 가장 적었습니다. 그 외 보도 양상은 방송과 비슷해 우리 정부의 발표가 있자 보도량이 확 늘었습니다.

▲ 8월7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7개 신문사 지면 보도량 (괄호 안은 사설·칼럼 보도량, 날짜가 없는 경우 보도량 또한 없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7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7개 신문사 지면 보도량 (괄호 안은 사설·칼럼 보도량, 날짜가 없는 경우 보도량 또한 없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린피스의 지적을 가장 먼저 언급한 건 동아일보 논설위원 칼럼인 <횡설수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8월8일, 안영배 논설위원)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됐던 방사성 물질 세슘이 태평양을 돌아 1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시작한 칼럼은 그린피스의 우려를 전하면서 아베 내각의 도쿄 올림픽 강행을 비판했습니다. 

이후 경향신문과 한국경제에서 10일 후쿠시마의 오염수 저장 탱크가 2022년엔 한계라는 내용을 일본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반인류 범죄다>(8월10일)에서 “일본은 여러 차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렸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던 나라다. 그런 국가가 반성은커녕 돈 때문에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니, 일본의 아베 내각은 제정신인가”라며 오염수 처리에 대책 없는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13일 외교부가 일본 정부에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자 다음 날 7개 신문사 모두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중에서도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서울경제는 이를 정부의 대일 압박 카드라고 소개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언급은 그 자체로 여러 의도를 내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한‧일 갈등과 연계되면 문제라며 되레 우리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카드로 일 압박>(8월14일, 김경화 최연진 기자)에서 “일부에선 ‘국민 건강과 안전’이라는 명분이 분명한 환경 문제가 한·일 갈등과 연계되면 오히려 정치 쟁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일 갈등의 전선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전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한일 갈등을 확대하는 듯 묘사했습니다.

▲ 8월14일 후쿠시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일본을 압박하려는 카드라고 보도한 조선일보.
▲ 8월14일 후쿠시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일본을 압박하려는 카드라고 보도한 조선일보.

모든 신문에서 이같이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동아일보는 <외교부 이어 산업부도 ‘일 방사능 오염’ 압박 가세>(8월15일, 김지현 기자)에서 방사능 문제를 제기한 것이 일본을 압박하려는 정부의 방침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다만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와 일본의 경제보복의 연관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염수 처리 문제 등 방사능 문제 제기는 국민 안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위험 저널리즘 관점에서의 보도 필요

그린피스는 이미 지난 1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관리 방안이 실효성 없다며 질책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1월22일)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그린피스는 △애초에 50년 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건설할 때 비용을 줄이고자 해수면에 가까운 낮은 고도에 지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공언한 오염수 정화 처리 기술이 지난 몇 년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며 △실패했음에도 솔직하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묻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값싸고 빠른 방식인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오염수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 △대신 철제 탱크를 이용해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고 그동안 효과적인 처리 기술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까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전체 뉴스로 대상을 넓혀 봐도 JTBC가 <정치부회의>(1월23일)에서 잠깐 다뤘을 뿐입니다. 신문 지면에서는 동아일보가 <“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111만t 방류계획”>(1월23일, 전채은 기자), 한겨레가 <일본 방사성 오염수 111만t 결국 바다로 흘려보내려나>(1월23일, 최하얀 기자)에서 다루고 그쳤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편리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무엇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질병이나 새로운 화학제품, 플라스틱 사용, 유전자 조작, 원자력 사용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위험, 즉 ‘리스크(Risk)’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를 위해 위험요인과 관련된 정보를 어떻게 사회에서 교환하고 대책을 합의해 나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것을 커뮤니케이션학에선 ‘위험 커뮤니케이션’ 또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릅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이 위험요소를 사회에서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지,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기술의 안전성을 말하기 이전에 기술의 위험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나고 일본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원전 사고 뒤처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넋 놓고 바라보거나 정치 쟁점화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원전에 대한 위험을 공유하고 최대한 알릴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안전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8월7~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 (*별지섹션 제외)
※ 문의 : 조선희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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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20 21:04:04
"이웃 나라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나고 일본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원전 사고 뒤처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넋 놓고 바라보거나 정치 쟁점화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원전에 대한 위험을 공유하고 최대한 알릴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안전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 <<<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