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국회의원 5명이 보유한 부동산 재산 신고가액이 시세보다 무려 1095억원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19년 기준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국회의원 30인의 부동산 보유현황과 임기 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부동산 재산을 공시지가로 신고해 재산을 축소했고, 가족 재산고지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의원직이 상실된 이완영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부동산 재산 상위 29명은 정당별로 자유한국당이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6명, 바른미래당 3명, 민주평화당 2명, 우리공화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은 최근 3년 이내 해당 필지 또는 주변 실거래가 평균값을,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은 국민은행(KB) 부동산 자료를 활용해 파악한 시세를 비교했다.

시세 기준 상위 5명은 박정 민주당 의원, 김세연 한국당 의원, 박덕흠 한국당 의원,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 정우택 한국당 의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5명의 부동산 재산 신고가액 총합은 1113억원이었으나 시세는 1095억원 많은 2208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은 50.4%에 불과했다. 신고가액과 시세 차이는 박정 의원이 305억6480만, 김세연 의원 357억787만원, 박덕흠 의원 181억2626만원, 홍문종 의원 117억5559원, 정우택 의원 133억9823억원 등이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정우택 의원의 경우 신고가 기준으로는 22위였으나 보유하고 있는 성수동 빌딩 등 신고가액과 시세 차이가 커 시세 적용 후 재산 순위로는 17위 오른 5위에 올랐다. 장성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정 의원은 성수동 빌딩 지분의 30%를 갖고 있는데, 장남·차남·손자·손녀 등 4명의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나머지 지분 70%가 직계가족 부동산 자산이라면 정 의원 부동산 자산은 훨씬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이후 3년 동안 부동산 재산이 늘어난 상위 5명은 김세연 한국당 의원, 박정 민주당 의원, 정우택 한국당 의원, 박덕흠 한국당 의원, 김병관 민주당 의원이다. 시세 기준으로 김세연 의원은 157억6000만원, 박정 의원 139억4000만원, 정우택 의원 113억7000만원, 박덕흠 의원 62억4000만원, 김병관 의원 66억6000만원이다. 5명 평균의 경우 1498억3000만원에서 2038억원으로 539억7000만원 증가했다.

상위 29명의 경우 2016년 3313억원에서 2019년 4181억원으로 868억원 증가했다. 경실련은 “평균 1인당 30억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증가액이 157억6000만원으로 매년 52억씩 증가했다. 김병관 의원은 2016년까지 무주택자였으나 2018년 단독주택을 취득하며 2019년과 비교해 66억6000만원의 부동산 재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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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 기준 부동산 재산 상위 5위 국회의원. 제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시세 기준 부동산 재산 상위 5위 국회의원. 제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위 29명이 보유한 부동산은 총 484건으로 국회의원 1인당 평균 대지 10건, 주택 3건, 상가·사무실 1건을 보유한 꼴이다. 토지의 경우 박덕흠 한국당 의원이 83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세연 한국당 의원(45건),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42건)이 뒤를 이었다. 주택 보유 상위 3명은 이용주 무소속 의원(27건), 박덕흠 한국당 의원(7건), 강석호 한국당 의원(6건)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비교적 주소지가 정확히 공개된 논·밭·임야와 달리 상가·사무실·단독주택 등은 행정동까지만 공개돼 정확한 재산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중 높은 가격으로 (재산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거래가는 시장 거래가격인 ‘시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부동산 재산을 시세로 신고한 국회의원은 없었다”며 “대부분 공시지가로 신고하면서 재산을 축소했고 막대한 세금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 29명 중 최근 취득한 부동산을 신고한 사례는 김병관 민주당 의원, 장병완 무소속 의원, 김세연 한국당 의원에 그쳤다.

▲ 시세 기준 부동산 재산 증가 상위 5위 국회의원. 제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시세 기준 부동산 재산 증가 상위 5위 국회의원. 제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산고지 거부도 지적됐다. 직계존비속 재산 고지를 거부한 의원은 정당별로 한국당 10명, 민주당 3명, 평화당 2명, 바른미래당 1명, 우리공화당과 무소속이 각 1명이다. 정우택(장남, 차남, 손자, 손녀 등 7명), 강길부(장남, 차남, 손자, 손녀 등 6명), 강석호(모, 장남 2명), 박병석(장남, 차남 2명), 송언석(부, 모 등 2명), 오신환(부, 모 2명), 이용주(부, 모 2명), 지상욱(부, 모 2명) 의원은 복수의 직계존비속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총 38명의 국회의원 가족 재산이 독립생계유지, 타인부양 등 이유로 고지되지 않았다.

경실련은 투명한 재산공개와 부정한 재산증식 방지를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인사검증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휘원 경실련 정책실 간사는 △부동산 재산은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모두 신고(제4조 등록재산 가액 산정방법) △재산신고 시 해당 재산의 취득 일자·취득 경위·소득원 등 재산형성 과정을 의무 심사(제8조 등록사항의 심사)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현행 ‘공보’ 게시 외에 재산 변동을 쉽게 알 수 있게 온라인 제공 △인사혁신처가 법령 ‘실거래가’를 취득 시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인사혁신처 1급 이상 공무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재산을 분석했던 경실련은 향후 검찰, 사법부, 청와대 비서실 등 주요 공직자 재산 등도 지속적으로 분석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고위공직자들이 자기 재산을 절반 이하로 축소 신고하고 가족 재산을 숨기는데 재산은 늘어나고 있다. 결국 임대수익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되는지 재산 형성을 어떻게 했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던 게 문재인 정부다. 대통령이 눈을 감아버리면 이런 현실이 그대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개선 의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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