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건설산업계 고용구조를 개선하고 적정한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건설산업계 노·사·정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고령자 취업실태와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 주최,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진행됐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96명 평균연령은 53.9세로 2015년(50.2세)보다 2.7세 늘었다. 연령대는 50대(41.6%)와 60대(31.5%)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40대는 17.1%, 30대 7.3%, 20대 2.0%, 70세 이상은 0.5%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에 처음 진입한 연령대는 평균 34.3세(1507명 응답), 총 경력은 평균 17.6년(2010명 응답)으로 나타났다.

발제를 맡은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건설 취업자는 2018년 기준 약 20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7.4%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산업이지만, 건설 근로자의 약 75%를 차지하는 건설기능인력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의 고령 근로자로 구성되며 건설산업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산업 고령자 취업실태와 정책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산업 고령자 취업실태와 정책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팀·반장 고령화, 외국인력에 의한 대체 등 영향은 전체 연령대 가운데 50~60대 고령층이 가장 취약하다고 심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2017년 기준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은 전체 건설기능인력 평균이 3.97명인 데 반해 50대는 4.30명, 60대 이상은 8.21명으로, 재해율은 전체 평균이 1.76%, 50대 1.81%, 60대 이상 3.55%로 나타났다. 40대 이하는 사망만인율과 재해율 모두 평균에 미치지 않았다.

심 전문위원은 노동 현장 고령화와 이 같은 문제들의 원인으로 △다단계하도급 구조 △‘제 살 깎기’ 수주경쟁으로 인한 공사비 부족 △삭감된 노무비 충당을 위한 저임금 외국인력으로의 대체 △생존을 위한 ‘임금 삭감 경쟁’ 등을 꼽았다. 입찰자 간 경쟁으로 공사비가 부족한 상황에 이르고 불법취업자에 대한 임금중간착취가 건설산업 노동현장의 안전 위협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노무비·임금 저하는 다시 불법·편법적 외국인력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심 전문위원은 적정단가 보장과 연동된 적정임금제를 도입해 내국인 우선 고용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숙련 고령자 일자리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퇴직공제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산재 위험이 높은 고령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진단서 발급비와 기초안전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발주에서 대체로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부문이 약 30~40%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통제 아래 목표를 수립하고 추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적정임금제 도입을 비롯한 대응 방향과 관련해선 건설협회 측과 노동자 측이 이견을 보였다. 이건영 전문건설협회 본부장은 “최근 2년간 모든 산업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27.3%p)이 중소사업자 및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일자리 질을 악화시킨 사례를 되집어 볼 필요가 있다”며 “평균임금인 시중노임단가를 적정임금이라 표현한다면 중간수준 이하 근로자는 적정하지 않은 임금을 받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사업주 신고·납부 부담을 낮추고 근로자가 큰 부담 없이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을 받도록 하는 ‘건설업 발주자 납부방식 전면도입’을 제안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적정임금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일자리가 없다면 공허한 제도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경기도는 계약특수조건에 시중노임단가 이상 지급을 보장하도록 하는데 이는 사실상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업체에 부당한 노무비 지급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젊은이를 포함한 능력있는 인력들이 진입을 꺼려해 숙련공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순히 임금이 높아진다고 해서 신규 기능인력이 유입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석호 건설노조 정책실장은 “고령화 자체가 아니라 고령자 및 전체 건설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문제가 더 문제”라며 “건설노동자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부족한 원인은 저임금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불가 및 근로시간 준수요구, 안전대책 강화 등을 거부하기 위한 건설사 채용차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현 실장은 △구직단계 고용불안 해소 위한 ‘공공취업망’ 확대 △고용안정성을 위한 원도급업체 ‘직접시공제’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 등을 제안했다.

토론회를 방청한 강한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하지 못할 일을 하게 만들어놓고 ‘내국인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왔다는 것은 건설사 입장”이라며 “전문건설협회는 내국인들이 (건설노동을) 기피한다고 얘기하는데 공기(공사기간)가 너무 촉박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무조건 한층씩 (공사를) 강요한다. 그동안 일을 해왔던 조선족 동포들도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해서 요새는 베트남 출신 분들이 일을 한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적정임금 확대에 우리는 찬성한다. 명확하게 공사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임금이 구성되는지 정리되는 과정과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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