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구조의 책임공백이 김용균 죽음 원인”
“원하청구조의 책임공백이 김용균 죽음 원인”
고 김용균 석탄화력발전소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 발표 “외주화·민영화 거둬라”

“기자님 질문에 저도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안전사고가 나면 한쪽에선 ‘본인 부주의 때문이냐 아니냐’를 먼저 묻는다. 사업장 사고조사서 첫 항목에 ‘본인 과실 여부’가 기재된다. 굉장히 옳지 않은 접근이다. 안전조치의 목적은 위험요인 가까이 있는 이들이 실수해도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로 위험을 피하는 데 있다. 사고 원인을 놓고 피해자 과실부터 따지는 방식은 굉장히 잘못됐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19일 취재진 질의응답이 끝난 뒤 다시 마이크를 들어 마무리 발언을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발전사의 경상정비와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민영화와 외주화를 철회하도록 정부와 발전사에 권고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당시 24세)가 지난해 12월 숨진 직접 원인이 원하청구조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론이다. 특조위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4달 간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4달 간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특조위는 이날 발전시설 원하청 관계가 만드는 ‘책임 공백’이 김용균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발표했다. 발전시설에 권한을 쥔 원청은 ‘우리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용자인 하청업체는 ‘내 시설이 아니다’란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했다. 그 사이 노동자는 원하청 업체의 지시를 따라 위험업무를 맡았다.

특조위 간사인 권영국 변호사는 “연료‧환경 설비운전은 석탄화력발전 사업에서 가장 본질적 업무이자 다른 기능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흐름공정이다. 정비도 발전소에 상주해야 하는 필수 일상 업무”라며 “그럼에도 원청인 발전사가 발전 정비‧운전 업무를 민영화한 뒤 외주를 주면서 원하청 모두 안전비용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무관심했다”고 했다.

“안전수칙 문제 아냐… 원하청 책임회피 사이 위험 지시 노동자에 집중”

위험업무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김씨를 비롯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들은 매일 컨베이어벨트 시설에 들어가 소음과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 보고해야 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김씨 사고가 난 지점에 대해 사전에 시설개선을 요청했지만 원하청 가운데 누구도 응하지 않았다. 권영국 변호사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씨가 수칙을 위반하고 시설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지만, 김씨는 지시를 위반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충실히 지켜서 죽음에 이르렀다”고 했다.

반면 정부와 발전사는 정비‧운전업무를 민영화‧외주화하며 제시했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생산비용 절감 등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남동발전을 제외한 발전4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주화 뒤 하청업체 도급비는 매번 증가했다.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발전사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발전사의 3배를 웃돌았다.

특조위는 원하청 관계가 석탄화력발전소 내 사고와 유해물질 중독 등 산업재해의 직접 요인이라고도 밝혔다. 특히 하청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유해물질에 중독 위험은 발전사 정규직의 5~6배를 넘었고, 산재의 95%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일어났다. 김지형 위원장은 “발전소 내 컨베이어벨트와 저탄장 등에선 1급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과 벤젠, 일산화탄소 등 위험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압도적으로 초과하는데, 작업환경과 노동자 건강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고 김용균씨는 한국서부발전 지시에 따라 컨베이어벨트에 가까이 접근해 사진을 찍어 보고하고 작업했다. 자료=‘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고 김용균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한국서부발전 지시에 따라 컨베이어벨트에 가까이 접근해 사진을 찍어 보고하고 작업했다. 자료=‘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운전업무는 발전5사 직영, 경상정비는 재공영화… 이행점검위 설치 권고

특조위는 이날 김용균씨 사망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원하청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발전사가 경상정비와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경상정비 업무는 한전KPS로 통합해 재공영화하도록 권고했다. 노동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전사 임원으로 안전보건담당 이사를 두는 등 원청 사업주 책임을 명시하고, 원하청이 공동으로 안전보건조직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발전5사 공동으로 전문인력을 갖춰 중앙안전보건센터를 세우도록 했다.

특조위는 또 이들 권고안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점검할 ‘이행점검위원회’를 설립하도록 권고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외 사업장 노동안전보건을 담보할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마련 등 법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4달 간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이날 브리핑에 자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4달 간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이날 브리핑에 자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취재기자 30여명과 사진‧영상기자 30여명 등이 이날 브리핑 현장을 취재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석했다. 김지형 위원장이 발전시설 민영화와 외주화 철회를 권고한다고 발표하자 일각에서 박수소리가 나왔다. 브리핑이 끝난 뒤엔 방송사 카메라들이 김미숙씨를 빙 둘러싸고 인터뷰했다.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특조위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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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19 17:18:54
"사업장 사고조사서 첫 항목에 ‘본인 과실 여부’가 기재된다. 굉장히 옳지 않은 접근이다. 안전조치의 목적은 위험요인 가까이 있는 이들이 실수해도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로 위험을 피하는 데 있다. 사고 원인을 놓고 피해자 과실부터 따지는 방식은 굉장히 잘못됐다.” <<<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추가로, 현재 한국은 원하청 사이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특조위 말처럼, 재발방지를 위해 '이행점검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