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19일 북한 김정은 정권에 “해외 언론을 북한에 초대해 실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국제 사회 일원으로 역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 언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KBS·ABU 국제포럼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포럼은 KBS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이 공동 주최했다. 문 특보는 특별 세션 ‘한반도 평화와 미디어’에서 한나 스톰(Hannah Storm) 영국 윤리저널리즘네트워크(EJN) 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문 특보는 “북한은 김정은 리더십 하에서 대대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북한도 국제사회 언론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제사회 언론을 환영하고 그들과 힘을 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KBS·ABU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특별 세션 ‘한반도 평화와 미디어’에서 한나 스톰(Hannah Storm·왼쪽) 영국 윤리저널리즘네트워크(EJN) 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사진=김도연 기자.
▲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KBS·ABU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특별 세션 ‘한반도 평화와 미디어’에서 한나 스톰(Hannah Storm·왼쪽) 영국 윤리저널리즘네트워크(EJN) 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사진=김도연 기자.

문 특보는 “(세계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카운터파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 인식한다”며 “이제 북한도 자신감을 갖고 국제 미디어 앞에 나설 때다. 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미디어 비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 미디어를 거부하는 것은 북한 국가 이익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북한의 폐쇄성을 감안하면 지금 제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북한이 그 정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뜻”이라며 “북한 스스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문 특보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국내외 언론에 “미디어가 너무 자극적 보도에 치중하고 있다. 선정 보도에 치중하면 언론의 공적 역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언론은 사회 분위기 조성과 평화 및 인권 보호를 증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언론 역할이 크다는 걸 강조하면서도 근거 없는 자극적 보도를 우려한 것.

문 특보는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도 문제”라며 “북한이 독재 국가이고 김씨 왕조 국가인 건 사실이지만 모든 북한 행위를 비이성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서구 미디어들은 북한 지도자를 잔혹한 인물로, 북한을 악마로 묘사하는데 그 경우 북한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상황을 제대로 살피며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평양에서 나오는 소식(북한 발 보도)은 정권의 프로파간다 역할을 하지만 우리는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며 “로버트 칼린(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의 북한 분석은 정확하다 느끼는데 그는 북한 미디어의 행간을 읽고 분석한다. 행간에서 분석을 읽어낼 수 있다면 진실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은 국제 미디어 보도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은 의존할 만한 외교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국제 미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종 선언문을 봐도 북한의 국제 미디어 의존도는 크다”고 말했다. 

▲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KBS·ABU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특별 세션 ‘한반도 평화와 미디어’에서 한나 스톰(Hannah Storm) 영국 윤리저널리즘네트워크(EJN) 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사진=김도연 기자.
▲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KBS·ABU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특별 세션 ‘한반도 평화와 미디어’에서 한나 스톰(Hannah Storm) 영국 윤리저널리즘네트워크(EJN) 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사진=김도연 기자.

문 특보는 한일 경제 충돌을 다루는 양국의 언론을 지적했다. 문 특보는 “산케이나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를 두둔하는 논조인데 반해 아사히나 도쿄신문은 이와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며 “한국에서도 경향이나 한겨레 같은 리버럴 신문의 논조와 조선·중앙 등 보수 성향 신문 논조는 다르다. 모두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하지만 양국 언론이 다소 정치화돼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가 어려운 미디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 2045년 통일을 전망하는 연설을 했는데, 언론은 이상주의라고 비판한다. 상황은 악화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말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라며 “미디어는 본래 특성상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다. 이에 비춰보면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설득하는 건 쉽지만 언론을 설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향후 한반도 정국에 ‘낙관주의’를 피력했다. 그는 “언론이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국제 정세에) 국내외 언론 90%는 비관적이거나 시니컬하다. 그렇지만 언론이 국제적 팩트에 기반해 평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보도한다면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최근 주미대사 임명을 고사한 이유에 “개인적 이유도 있지만, 나는 의견이 강하고 의사 표현이 분명한 사람이다. 나보다 더 적임자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정인은 북한을 대변한다’는 보수진영 주장에도 “나는 북한을 더 잘 바라보려 노력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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