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유급 주휴일에 지급되는 ‘주휴수당’을 받습니다.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계속 있어온 제도입니다. 유급 주휴일은 당시 임금이 너무 적어 쉬는 날 없이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근로자들에게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휴일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면서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경영계에게 유리한 계산법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 상황에 맞장구를 쳐주며 주휴수당 폐지를 언급합니다. 주휴수당 폐지를 말하는 언론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사설로 ‘주휴수당 폐지’ 주장하는 조선·동아·한국경제

주휴수당 폐지론은 최저임금 인상률과 뗄 수 없는 논쟁거리입니다.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이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주휴수당을 폐지해도 된다는 입장을 펼치는데, 이런 기사들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이 의결된 이후 집중적으로 보도됩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인상된 8,590원으로 의결하자 일부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  지난 7월12일부터 30일까지 2020년 최저임금 인상 의결 이후 주휴수당 폐지 주장하는 사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7월12일부터 30일까지 2020년 최저임금 인상 의결 이후 주휴수당 폐지 주장하는 사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냈고, 주휴수당 언급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 곳 모두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인용해 주휴수당 지급 부담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들에 대한 부담으로 연결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게 운영이 힘든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정부의 일자리 지원금과 수수료 인하 등 부가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론이 정말 자영업자들의 힘든 실정을 조명하고 싶었던 걸까요? 대한민국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과다경쟁 상태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최저임금 인상’을 덧붙여 기사를 생산해내는 보수언론의 타깃은 뻔합니다. 정치적 공세이지요.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언론이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는 외면합니다. 언론이 경제적 부담이 있는 서민들을 조명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최저임금을 건들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결국 보수언론이 부각하는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이슈는 ‘경제 프레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주 5일 근무 못하는 근로자도 아직 많다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는 언론은 ‘주 5일제’를 꼭 언급합니다. 이미 주5일제가 정착되어 있는 상황이니 근로자가 법적으로까지 유급휴일을 보장받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서울경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옷” 비판 많지만 “주휴수당 폐지 안 돼” 못박은 고용부>(1월1일, 이종혁 기자)에서 “주 5일제가 정착한 지금은 ‘맞지 않는 옷’이라는 비판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사설-시간당 실질 최저임금, 이미 1만원 넘었다>(6월1일)에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보편적이었던 한국전쟁 직후 최소한의 근로자 권익을 위해 도입됐지만 주 5일제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하는 요즘에는 존재 이유가 희박해졌다”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근로자들이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을까요? 한겨레는 <주휴수당, 정말 없애도 될까요?>(1월4일, 이지혜 기자)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2016년 12월 낸 ‘근로시간 운용 실태조사’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토요일에 일하는 사업체는 46.9%, 휴일에 일하는 사업체는 20.7%로 나타납니다. 한겨레는 “초과근로 일상화로 초과근로수당을 사실상 기본급처럼 받는 노동자도 태반”이라며 근로자들이 휴식을 뺏기고 있는 실정을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런 통계가 무색하게 우리는 일상에서 휴일 없이 일하는 근로자들을 많이 마주합니다. 노컷뉴스는 <‘주 74시간 근무’ 택배노동자 “정부가 주5일제 도입해야”>(7월11일, 장성주 기자)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이 ‘주 5일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인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데일리는 <건설기업노조 “주 5일제조차 안 지켜...52시간제 준수 시급”>(7월15일, 경계영 기자)를 통해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대부분 국가, 주휴수당 보장해준다

주휴수당 폐지를 말하는 언론은 ‘선진국에도 주휴수당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동아일보는 <사설-선진국에는 없는 주휴수당, 폐지 검토해야>(7월29일)에서 “OECD회원국 가운데 주휴수당 제도를 가진 나라는 스페인, 터키, 멕시코 등 5개국에 불과하다”고 썼습니다. 주휴수당을 도입한 나라가 몇 되지 않는데 굳이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동아일보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주휴수당을 ‘법적으로’ 규정해주는 나라는 한국과 터키 등뿐이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노사협의를 통해 근로자들의 주휴수당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주휴수당 한국·터키에만 있다? 대부분 국가 ‘노사 협약’으로 보장>(7월18일, 전혼잎 기자)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법 대신 노사의 단체협약으로 ‘사실상의 주휴수당’을 지급한다. (중략) 유럽 국가들은 근로자들에게 연간 평균 7주 이상의 유급휴일을 준다. 단체협약을 통해 주휴수당 개념으로 연 최소 25~30일의 유급휴일을 보장하고, 여기에 유럽연합(EU)의 근로시간 지침에 따른 휴가개념의 4주 이상의 연차 유급휴일, 법정 공휴일까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노사협약으로 주휴수당이 보장돼 있어 법적으로 이를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주휴수당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나라들은 대부분 장시간 노동으로 알려진 국가들입니다. 고용노동부 <17년 기준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OECD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높은 나라는 멕시코(2,348시간)이고 그 다음은 한국(2,071시간)입니다. 두 국가 모두 법적으로 주휴수당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주휴수당, 정말 없애도 될까요?>(1월4일, 이지혜 기자)에서 “한국에만 주휴수당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만·터키·타이·멕시코·콜롬비아·브라질 등이 법으로 주휴수당을 보장하고 있어요. 스페인과 인도네시아는 최저임금을 하루 단위로 정한 뒤 30일을 곱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습니다. 브라질과 스페인을 뺀 나라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나라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연의 억지통계에 힘 실어준 조선·중앙·한경, 반박한 경향·한겨레

주휴수당 폐지 주장에는 왜곡된 통계도 활용됐습니다. 5월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저임금 국제비교 분석 자료를 냈습니다. 한경연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이미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의견을 주장한 것입니다. 한경연의 자료가 발표되자마자 보수언론들은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하는 논조의 기사에 이 자료를 열심히 활용했습니다. 

▲ 한경연의 통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조선·중앙·한경, 반박한 경향·한겨레.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한경연의 통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조선·중앙·한경, 반박한 경향·한겨레.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정작 OECD가 발표한 국가별 최저임금을 비교 통계에는 한국의 최저임금이 회원국 평균의 ‘중간급’이라고 말합니다. 한경연은 이 조사에서 국제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국민총소득’을 이용해 최저임금 비교 값을 도출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전경련의 ‘최저임금 통계 장난’ 어이없다>(5월7일)에서 한경연의 통계에 대해 “최저임금의 특성을 고려해 평균임금에 견주는 통상적인 분석 방법과 달랐다. 국민소득 통계에는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포함되기 때문에 한국처럼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고 소득은 낮은 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썼습니다. 한경연이 일부러 국민총소득을 이용해 통계를 ‘만들어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런 비판점은 무시한 채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는 한경연의 통계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특히 한국경제는 <‘주휴수당 포함’최저임금, OECD 1위>(5월3일)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의 부담이 커진 만큼 향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논의할 때 일본처럼 ‘기업 지급능력’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라며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일보의 <“한국 64% 독일 47% 미국 32%…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OECD국 중 최고 수준>(5월30일)에도 이와 같은 말이 등장합니다.

부담 가중된 것처럼 눈속임 했던 일부 언론

갑자기 왜 이렇게 주휴수당에 집착을 하게 된 걸까요? 여기에는 스스로 논란을 만들고 그 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2018년 12월31일 최저임금 시급을 산정할 때 법정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명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올해부터 주휴수당을 더 줘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지급되던 방식을 명문화 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사실과 다르게 주휴수당이 올라 경제 부담이 가중됐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오늘부터 8350원…주휴수당 포함하면 33% 급등한 1만30원>(1월1일, 백승현 기자)에서 “그동안 없던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로선 실질 최저임금이 한꺼번에 1만30원으로 뛴다. 인건비 부담이 하루 새 33% 급등한 것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본래 주휴수당 지급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던 사항입니다. 이것을 명문화 했다고 해서 ‘없던 주휴수당’이 생긴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주휴수당 빼면 최저임금 174만→145만원 되레 줄어>(1월1일, 남지원·곽희양 기자)에서 “새해부터 적용되는 새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실제로 산업현장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라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았습니다. 당시 안진걸 현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민중의소리 <너희들은 128조원이나 벌면서, 저소득층 주휴수당 20만원은 못 주겠다고?>(1월7일)에서 “수십 년간 법으로 주게 되어 있었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월급제 최저임금 고시에서는 이미 포함되어 발표되었던 주휴수당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최저임금과 함께 마치 경제위기의 주범·공범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몰리는 것은 결코 사실도 아닐 뿐더러 바람직하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이 시작할 때부터 ‘최저임금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공포심을 조장하던 일부 언론이 2020년 최저임금 인상이 의결되자 다시 주휴수당 폐지를 들이밀고 있는 것입니다.

교묘한 계산법으로 임금삭감 노린다

일부 언론은 최저임금 계산법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기업의 입장에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의 <통상임금엔 “넣자” 최저임금엔 “빼자”…재계의 ‘주휴수당’ 이중 잣대>(2018년 12월30일, 이지혜 기자)는 경우에 따라 주휴수당을 넣었다가 빼자는 경영계의 주장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경영계는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시간을 포함해서 임금 자체를 줄이려고 하면서(기본급/근로시간+주휴시간),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인지’를 따질 때는 주휴시간을 계산에서 제외해 낮은 금액을 지급하려 한다는 겁니다(기본급/근로시간). 

또한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폐지하자는 표현을 쓰기보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자’고 표현합니다. 결국 같은 말입니다. 경영계의 주장대로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될 경우 근로자의 임금은 삭감됩니다.

▲ 기존 최저임금 계산법과 주휴수당 폐지 시 최저임금 계산법.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존 최저임금 계산법과 주휴수당 폐지 시 최저임금 계산법.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매일경제는 <사설-논란 많은 주휴수당, 최저임금 산입범위 합리화 서둘러야(7월16일)>을 통해 주휴수당을 폐지하자는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에 더해 기업들이 불만을 갖는 대목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다. 일하지도 않은 시간에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이 대표적이다. (중략)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과 실제 최저임금의 괴리는 경제 현실을 왜곡하고 산업 현장에서 분란과 갈등을 일으킬 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당을 최저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산입범위를 합리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매일경제가 말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당을 최저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은 곧 주휴수당을 폐지하자는 말입니다. 실질적으로 일한 시간만을 ‘근무 시간’으로 봐서 기업에게 유리하게 통상임금을 줄이려는 속셈입니다. 이 주장은 지난 1월 자유한국당의 의견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동아일보는 <한국당, ‘최저임금서 주휴수당 제외’ 법 개정 추진>(1월9일, 최고야 기자)에서 자유한국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주휴수당을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보수진영과 경영계, 언론이 함께 손을 잡고 주휴수당 폐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민생법안입니다.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이제 겨우 OECD의 평균치 수준입니다. 이 상황에서 주휴수당 폐지를 언급한다는 건 근로자의 권리에 ‘퇴보’를 외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주휴수당을 폐지하자는 언론의 주장에는 아직 근거도 당위도 매우 부족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30일~2019년 7월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매일경제(별지 섹션 제외, 온라인 기사 포함)
※ 문의 : 공시형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주영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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