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제보복 속에서 유달리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에 주목한 방송이 있었습니다. 바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입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시작하자 이재용 부회장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며 삼성전자 걱정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우려로 잠깐 삼성 이야기를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감을 키우는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비칠 정도로 도를 넘어선 행태를 보였습니다.

외교 갈등의 중심에서 이재용을 외치다

TV조선이 어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다룬 방송들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공식화 된 7월1일부터 갈등이 심화된 15일까지의 방송 중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6차례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무려 5번의 방송에서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이었습니다.

▲ 지난 7월1일부터 15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일본 경제 보복 관련 내용 (색칠된 방송은 삼성전자 및 이재용 부회장을 언급한 대담).
▲ 지난 7월1일부터 15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일본 경제 보복 관련 내용 (색칠된 방송은 삼성전자 및 이재용 부회장을 언급한 대담).

 

TV조선에겐 일본 경제보복의 핵심이 삼성전자였던 것입니다. 물론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불화수소 등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요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대담이 등장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보복을 다룰 때마다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을 언급한 프로그램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뿐이었습니다.

특히 7월8일부터는 이재용 부회장을 대담의 중심으로 놓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반복됐습니다. TV조선은 대담을 시작하며 이 부회장과 함께 아베 신조 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을 나란히 내세웠습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인물을 이재용 부회장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 지난 7월8일(위 사진)과 15일(아래 사진) 아베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을 나란히 배치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지난 7월8일(위 사진)과 15일(아래 사진) 아베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을 나란히 배치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재용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보여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8일)은 이재용 부회장의 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씨는 “일본이 보복성 수출 규제를 한 지 오늘로써 닷새째”라며 “예상보다 지금 훨씬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직접 일본 출장길까지 올랐”다며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을 강조했습니다. 출연자 문승진 기자 역시 정치권보다 경제계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며 “이걸 증명이라도 하듯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 어제 오후 6시40분경에 수행원도 없이 혼자 바로 서둘러서 일본으로 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등장한 자료화면에는 캐리어를 끌고 걷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이 나왔고 “일요일 밤 나홀로 일본 찾은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자막도 등장했습니다.

▲ 7월8일 이재용 부회장의 행적을 쫓아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7월8일 이재용 부회장의 행적을 쫓아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문승진씨는 자료화면이 나가자 “보통 출장길에 오를 때는 임원이나 공식 수행원을 대동하는데 어제는 그냥 혼자 비행기에 오른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홀로 출장길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설명했고, 진행자 엄성섭씨는 “어제는 주말 저녁이었잖아요, 또”라며 추임새를 넣듯 말했습니다.

이어 출연자 이루라 기자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이씨는 “어젯밤 9시경에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을 하니까 현장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이 몰렸”다더니 이 부회장이 일본 입국 현장에서 보인 행동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의미 부여를 했습니다.

이루라 기자 : 이재용 부회장 같은 경우에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서 ‘일요일에 쉬지도 못하게 해서 죄송하다’ 이렇게 말을 남기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본인 때문에 주말에 취재하게 해서 미안하다, 이런 뜻인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일본에서 누굴 만날 예정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가 외교적인 문제로 촉발이 되는 사안인 만큼 기업이 나서는 것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면 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이 되고요.

TV조선의 대담은 다분히 초점이 이재용 부회장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던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전달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닙니다. 특히 당시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컸던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점으로 한 보도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욱 의문입니다.

강경화 장관은 비판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띄워주고

TV조선은 7월11일 방송에서도 일본의 경제보복을 다루며 이재용 부회장의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부회장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행보를 먼저 비판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11일) 진행자 엄성섭씨는 강 장관의 해외 출장 소식을 전하며 “일본을 갔나? 이런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강경화 장관이 간 게 일본이 아니라고 합니다”라며 출장지를 물었습니다. 여기에 윤태윤 기자는 강경화 장관의 아프리카 3국 순방을 마치 외교적 목적이 아니라 사심을 채우기 위한 결정인 듯 설명했습니다.

윤태윤 기자 : 한일 갈등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른다고 하니까 아주 급박한, 뭐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아프리카 중동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고 하고 그래서 이번 순방도 해당 지역에 대한 강 장관의 각별한 관심이 반영된 그런 결과라고 합니다.

강경화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는데 힘을 쏟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다른 한 사람’의 일본행에 집중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씨는 “그런가 하면 강경화 장관이 아프리카로 갔는데 일본에서 며칠째 또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분이 있어요”라며 언급했고 윤태윤씨는 “그렇습니다.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한 후에 5일 동안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 화면으로 만나보겠습니다”라며 소개했습니다. TV조선이 중요한 손님을 소개하듯 설명한 인물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연설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이재용 부회장이었습니다.

영상이 끝난 뒤 진행자 엄성섭씨는 “이재용 부회장, 그러니까 휴일에 수행원도 없이 급하게 일본으로 갔었는데 아직도 일본에 있는 거예요?”라며 앞선 방송에서 소개한 내용을 다시 설명했고, 윤태윤씨는 이재용 부회장의 길어진 일정의 원인을 분석하는 듯하더니 삼성이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윤태윤 기자 :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늘 오후에 귀국을 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일본 출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위기가 이만큼 힘든 게 아니냐, 위기가 더, 위기 수위가 점점 높아진 게 아니냐 이런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삼성전자는 창립 50년 만에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영업 이익 악화에다 한일 외교 갈등에 따른 또 공급망 붕괴 위기까지 겹친 그런 상황이거든요. 거기다가 또 검찰 수사로 리더십 마비까지 우려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이라고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장관의 행보를 비판한 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를 보여준 TV조선의 구성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예정된 순방을 그대로 이행했을 뿐인 강경화 장관은 마치 사심을 채우려는 듯 설명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일주일간 일본에 머물렀다는 설명은 TV조선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특히 삼성의 위기를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TV조선이 아니라 삼성이 할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고군분투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방해만 한다?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와 정부 인사의 행보를 비교하며 비판하는 행태는 15일에도 이어졌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15일) 진행자 엄성섭씨는 “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가 엿새 만에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요.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더니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대일 발언은 갈수록 지금 강경해지고 있습니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TV조선은 이 부회장의 귀국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자료화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이 실수로 부딪힌 기자에게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올 뿐 별다른 내용이 없었습니다.

▲ 지난 7월15일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 모습도 보여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지난 7월15일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 모습도 보여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를 두고 문승진씨는 이 부회장이 “긴급 출국한지 엿새만에 돌아왔”다며 “엿새간이나 일본에 머무는 탓에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 텐데도 다소 좀 피곤한 모습의 이재용 부회장은 이 출장 성과를 묻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모습”이라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씨가 “이재용 부회장이 혹시라도 수출 규제의 해법을 갖고 오는 게 아닌가, 이런 관심이 있긴 있었”다고 언급하자 문씨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국가 간 외교 문제로 지금 촉발한 사안”이라며 “적극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또 조심스러웠던게 아니냐 이런 또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진행자 엄성섭씨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러니까 공개적으로 뭐라 말도 못 하고 참 답답한 상황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상황을 공감했습니다.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을 공감한 뒤 TV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발언은 지금 점점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윤태윤씨는 “경제인들은 피해를 최대한 막으려고 동분서주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이 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이후 TV조선은 문 대통령이 전남에서 “전남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입니다”, “전남의 국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습니다”라는 연설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 윤태윤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서 아마 작심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특히 이 같은 발언은 애초에 원고에 없었던 발언”이라며 영상에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정부 비판과 삼성 걱정 틈새에 ‘삼성 신제품 광고’까지 놓치지 않은 TV조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걱정하는 대담은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전에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3일) 진행자 엄성섭씨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삼성과 SK가 초비상”이라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루라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찾아서 반도체 산업의 세계 1등이 돼 달라면서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간의 갈등이 기업에까지 불똥이 튄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언론에서도 외교 문제와 경제 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은 국제 통상 규칙에 어긋난다며 일본에 대한 비판이 나온 상황에서 이루라씨는 그 책임이 우리 정부에게 있는 듯 묘사한 것입니다.

이후 TV조선은 삼성전자의 신제품 테스트 과정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줬고 이루라씨는 “저기 보시는 게 이달 출시가 유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라며 제품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진행자 엄성섭씨는 “이거 화면이 완전히 그냥, 완전 접히는데요”라며 감탄했습니다. 이루라씨는 “이걸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역시 일본에서 수입한 그 소재”가 필요하다며 “이게 없으면 생산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삼성 측이 두 달 치 제고를 확보한 것으로는 알려졌”지만 “목표로 했던 연내 100만 대 생산에는 적신호가 켜졌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방송을 정리하면 ‘일본 수출규제로 삼성전자가 위기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원하겠다고 말했으면서 불똥만 튀긴다’ ⟶ ‘삼성전자 신제품이 수출규제로 생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본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정부 때문에 삼성전자가 피해를 본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삼성이 여기서 왜 나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삼성에 대한 마음은 다른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중기 DB그룹 전 회장의 소식을 전하던 중 TV조선은 갑자기 삼성가를 소환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16일) 출연자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기업인들이 초심 잃고 사업의 어떤 목표를 잃거나, 목표를 잘못 세워 쓰러지는 상황이 많”다며 김중기 전 회장을 비롯한 몇몇 기업가들의 부도덕적 행태을 지적하더니 대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보면 나름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다며 삼성가를 칭찬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삼성, 현대 이런 기업을 보면은 삼성은 이병철 회장이 어쨌든 삼성을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고 그 아들 이건희 회장은 그래도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아들 이재용 회장은 지금 여러 가지 논란도 있고 어려움도 있습니다만 세계 최고 기업으로서 삼성전자를 유지하기 위해서 활동을 하는데 지금 여러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와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 7월16일 재벌가의 성폭행 의혹에 느닷없이 삼성가 칭찬한 이도운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7월16일 재벌가의 성폭행 의혹에 느닷없이 삼성가 칭찬한 이도운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도운씨가 “최고의 기업”이라는 단어를 3번이나 써가며 칭찬한 기업이 삼성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특히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재벌 소식을 전하다 할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뉴스타파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그룹 차원 개입?>(2016년 7월21일)를 통해 성매매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단순히 풍문으로 전해진 의혹이 아닌 실제 증거 영상이 보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을 언급하며 사용한 “논란”이란 단어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와 이를 이용한 불법 승계 의혹을 의미했습니다. 즉, 이도운씨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와 불법 승계를 “논란”이라 축소하여 발언한 뒤 이를 이 부회장의 “어려움”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이도운씨는 국민에게는 “불법”이고, 이 부회장에게는 “어려움”인 삼성가의 기업 승계 작업을 이 부회장의 관점에서 전달한 것입니다.

바이오로직스는 사라지고 이재용만 남았다…TV조선은 ‘삼성본부 핫라인’인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관점을 전달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입니다. TV조선이 뜬금없이 삼성을 소환해 칭찬하고 걱정하는 동안 검찰의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7월5일, 검찰은 그간의 조사로 회계사기가 이뤄졌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김태한 삼성 바이오로직스 대표를 한 달여 만에 다시 불러 회계사기 의혹을 조사했습니다. 이 내용을 다룬 경향신문 <검찰, 삼배 김태한 대표 재소환...이재용 부회장 조사 임박>(7월5일, 조미덥 기자)은 검찰이 “분식회계로 회사 가치를 부풀린 뒤 이를 근거로 이뤄진 대출과 유가증권시장 상장, 임원 상여금 지급 등에 회계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상황을 전달했습니다.

이어 7월10일 한겨레 <단독-안진 회계사들 “삼성 요구로 합병비율 보고서 조작”>(7월10일, 임재우 기자)는 삼성물산 의뢰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고 진술했다는 단독 보도를 냈습니다. 이렇게 조작된 안진의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됐고, 2015년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실상의 기업 승계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회계사들의 합병 비율 보고서 조작 실토는 이후 있을 이씨의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TV조선이 이재용 부회장의 행방을 전하는 동안 한겨레 <조작된 ‘1대0.35’…이재용 위해 국민 노후자금 수천억 날려>(7월11일, 최현준‧임재우 기자) 등 삼성가 승계의 불법성을 밝혀내는 기사들은 연이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은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에 가고 오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할 뿐 삼성가의 승계와 관련된 불법성은 단 한 마디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 추구하는 것은 ‘삼성과 관련된 보도’인지 ‘삼성 홍보’인지 헛갈리는 이유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7월 1~15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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