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주교의 정의와평화협의회장이 수출보복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징용판결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일본 내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침략과 식민지배를 했던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이에 분노하는 한국인들 사이에 벌어진 틈에 있다며 일본이 정확한 역사인식과 반성 위에서 평화롭고 공정한 국제관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카톨릭 정의와 평화협의회장인 카츠야 타이치 주교는 지난 14일 저녁 ‘한일정부관계의 화해를 향한 가톨릭 정평협 회장 담화’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카츠야 주교는 담화문에서 “하느님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저희들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화해를 위해 봉사할 과제를 저희에게 주셨다”(고린 5,18)라는 말을 위탁받은 교회로서 우리가 소중한 이웃인 한국과의 사이에서 어떻게 화해와 평화가 깊어지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자고 밝혔다.

카츠야 주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부품 수출보복에 이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계기가 된 것을 두고 2018년 10월 이후 선고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일 것이라고 지목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과 국제협약의 원칙에 위반되며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츠야 주교는 이를 두고 “그렇지만 일본의 변호사나 학자들로부터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이 대응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는 삼권분립 하에 있으므로 행정부가 사법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것이 당연하며 한국정부에 이 판결에 대한 어떤 대응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교는 또 한일정부 및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에서 국가간의 청구권은 소멸했어도 전쟁피해배상에 관련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일치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츠야 주교는 “과거 강제징용된 징용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던 피해에 대한 개인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그것을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에 직결된 비인도적 행위에 의한 인권침해로 인정하고, 그들을 직접 고용하고 일을 시킨 일본기업에 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불하도록) 명했다”고 설명했다.

카츠야 주교가 소개한 일본 변호사와 학자 목소리는 일본 변호사 109명과 연구자 7명 등 모두 116명이 지난해 11월5일 ‘전징용노동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호사들의 성명’에서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며 “전 징용공에게 가혹하고 위험한 노동을 강요하면서 열악한 환경에 둔 것은 신일본제철주금(구 일본제철)이기 때문에, 신일본제철주금에는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일본 변호사 학자들은 “일본국의 손해책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청구권이 소멸된 것처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오독”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 등은 “신일본제철주금이 이 사건 판결을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인권침해의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며 그 증거로서 사죄와 배상을 포함한 피해자 및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츠야 주교는 담화문 안의 각주를 통해 일본의 징용을 두고 많은 조선인들을 강제로 압송해 다양한 장송서 노동시켰으며 일본정부의 제도 하에서 실시됐다고 전했다. 그는 신일본제출주금 소송 노동자의 경우 임금도 지불되지 않았고, 감전사할 위험이 있는 곳에 위험한 노동을 강요당했으며 식사도 빈약하고 외출도 할수 없었으며 도주시 체벌당하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일본의 언론은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카츠야 주교는 “일본의 많은 매스미디어는 정부의 말을 크게 전하지만 한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시하기 일쑤여서 그 결과 일본사회 일반의 시각은 한국정부 비판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 하다”며 “우리는 선동에 현혹되지 않고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눈을 떠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뿌리에 있는 것은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과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카츠야 주교는 “우리는 현재의 일본과 한국간의 긴장이 심층적으로는 일본의 조선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그 청산과정에서 해결되지 않고 남겨진 문제에 원인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문제의 핵심은 1965년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식민지지배 역사에 대한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자세와 이에 분노하는 피해국인 한국인들 마음과 벌어진 틈에 있다”고 설명했다.

▲ 8월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8월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책임을 부정하고, 어디까지나 경제협력이라고 한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식민지 지배에 의거해서 징용한 때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배상 청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100년이상 전부터 일본이 간계와 강박으로 조선을 침략했는데, 그 수법이 지금도 같다고 분노해서 그것이 불매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양국 정부에 국민들을 증오하게 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카츠야 주교는 “양국 정부는 상대를 ‘비우호국’으로 간주해 국민들 사이에 위협과 증오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자국 정치의 동력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이 과거 침략하고 식민지 지배를 했던 역사를 가진 나라에 대해서 일본정부의 특히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기초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것 이외의 길은 없다”고 덧붙였다.

카츠야 주교는 일본 정부가 청구권협정에 집착해 해석의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명확한 ‘식민지지배의 청산’을 포함한 새로운 법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일본 사회에 만연한 이웃나라와 국민에 대한 역사수정주의, 헤이트스피치 등의 풍조를 시정해 정확한 역사인식과 반성 위에서 평화롭고 공정한 국제관계를 구축하는 인류사회의 발걸음에 차세대 사람들에게 길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징용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로 한일관계가 험악해진 것 아닌지 안타까워한 것을 들어 카츠야 주교는 “그 책임은 피해자 개인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일 정치 지도들은, 긴장을 높일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과거를 마주 하고, 미해결인 채 두어 온 여러가지 문제들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카톨릭 정의와평화협의회장인 카츠야 타이치 주교가 지난 14일 저녁 발표한 한일정부관계의 화해를 향한 가톨릭 정평협 회장 담화문 내용이다. 사진=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자료 갈무리
▲일본 카톨릭 정의와평화협의회장인 카츠야 타이치 주교가 지난 14일 저녁 발표한 한일정부관계의 화해를 향한 가톨릭 정평협 회장 담화문 내용이다. 사진=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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