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다음날 문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담화문 발표와 함께 발사체 두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청와대는 긴급 NSC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북 전문가 사이에선 북한의 잇단 발사체 발사와 거친 담화문 등이 한미연합훈련을 통한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한 반발과 함께 북미회담에서 우리의 역할 및 대북경제지원의 통큰결단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비난 수위가 높아져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아침 기자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오늘 아침,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2회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발사와 관련, 발사 직후부터 관련 사항을 보고 받고 있으며, 아침 9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지도통신망을 통해 연 NSC 상임위원회 긴급 회의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한반도의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썼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이유로 단거리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하고 있는 행위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다고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이번 발사체의 세부 제원 등을 두고 한미 정보당국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으며 우리 군이 주도하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통해 어떠한 군사적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날 아침 발사체 발사 외에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광복절 경축사 내용과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다”며 “바로 남조선당국자의 ‘광복절경축사’라는것을 두고 그렇게 말할수 있다”고 썼다. 대변인은 일본에 당한 수모를 씻기 위한 대책이나 경제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도 없이 말재간만 부렸다며 “‘허무한 경축사’, ‘정신구호의 나열’이라는 평가를 받을만도 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몇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 한번에 조선반도가 요동치던 이전의 상황과 달라졌다”등의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이 대변인은 “광복절과는 인연이 없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남조선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노릇”이라며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미합동훈련을 두고 이 대변인은 “우리 군대의 주력을 90일내에 ‘괴멸’시키고 대량살륙무기제거와 ‘주민생활안정’ 등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합동군사연습”이라고 지목하면서 “이 시점에 버젓이 북남사이의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것이 의문스러울뿐”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정말 보기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아래사람들이 써준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 만은 분명하다”며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것이 역력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는 판문점선언 이행의 교착과 남북대화 동력 상실의 남측의 책임을 두고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조선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이를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6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미연합훈련과 F35A기 도입을 한 우리 측이 원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구실일 뿐 △북미협상을 앞두고 한국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대북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의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도록 하고 △우리가 민족 이익 관점에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 통큰 결단을 내리라는 촉구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비난한 것을 두고 양 교수는 “태산명동 서일필이라는 언급을 한 것은 말만 요란하지 내용이 없다는 얘기”라며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문 대통령 경축사를 혹시나 기대했지만, 역시 실망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그 기대를 두고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해명하고, 교류협력의 강한 의지, 경제분야의 통큰 결단을 기대했으나 원론적 얘기만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조평통 대변인의 담화문에서 ‘망발’ ‘망상’ ‘정신구호의 나열’ ‘뻔뻔스럽다’ 등 거친 표현까지 등장한 것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 지도자상에 부합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정작 공식 기구 담화에서조차 절제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부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대화와 훈련은 양립할 수 없다’는 대남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절제되지 않은 험악한 외교적 언술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우리측 대북특사를 통해 통상적 한미훈련은 이해한다고 했는데, 이번 한미훈련의 경우도 남북간 대화를 통해 그 성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난 뒤 미사일을 쏘면 몰라도 일방적으로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북의 각종 담화와 성명을 보면, 지난해엔 군사훈련을 중단한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올 이름만 바꿔 한미훈련을 하고, 최첨단 무기를 들여온 것은 ‘대북 적대 정책을 안버린 것 아니냐’, ‘9·19 군사합의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북한 편만 든다는 공격을 하는 야당의 눈치를 안볼 없으니 어렵다”며 “다만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거칠게 표현하면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대목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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