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진흥원, 이용자 명부에 통화내역까지 긁어갔다
인터넷진흥원, 이용자 명부에 통화내역까지 긁어갔다
별정업체 대상 ‘변작검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
KISA “전기통신법 우선 적용해 적법” 사업자측 “전기통신법도 과도하게 해석”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업자 대상 번호 조작 검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별정통신업체들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변작검사 때 통신자료는 물론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가져갔다.

조사 대상 별정업체는 070등 생소한 번호가 뜨는 인터넷 전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전화의 발신 번호를 다른 번호로 ‘변경’하는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다. 이 과정에서 번호 임의조작을 통한 보이스피싱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변작검사가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인터넷진흥원은 조사 때 별정업체들로부터 ‘CDR’ 자료를 받는데 여기에는 번호, 장비명, 서비스번호(가입서비스명), 발신번호, 착신번호, 통화시작 및 종료시간, 이용시간(통화시간), 사용금액, 사용지역 등 구체적인 통신 내역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고객명부, 발신번호 변경내역 등의 자료도 요구했다. 통신사실확인자료이자 국민 사생활이 담긴 정보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A업체 관계자는 “변작검사를 하면 변작으로 신고되거나 혐의가 있는 번호에 대해서만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조사를 나오면 CDR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기간도 몇 개월에 달하는 등 지나치다. 이게 다 우리 영업비밀이고 이용자 정보인데 무분별하게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별정업체들은 인터넷진흥원이 자료를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것도 문제지만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진흥원이 사설보안업체와 함께 변작검사를 하고 있어 사업자들은 자료를 내줄 때마다 주저하게 된다. A업체 관계자는 “당연히 조사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진흥원 소속이라고 생각했다. USB에 자료 주면 기록이 남지 않을 거 같아 메일주소를 요구했는데 사설업체 메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러면 사설업체가 자료를 빼돌려도 모르는 문제가 있다. 자료는 조사가 끝나면 파기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변작검사 때 사업자들에게 전달하는 영치조서. 통신자료,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따르면 영치조서 없이 조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변작검사 때 사업자들에게 전달하는 영치조서. 통신자료,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따르면 영치조서 없이 조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별정통신업체들은 조사 과정에서 ‘갑질’이 있었다고도 했다. B업체는 “검사가 아니라 무슨 검찰이 압수 수색하는 것처럼 고압적인 태도로 자료를 요구한다”고 했다. A업체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A업체가 조사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자 인터넷진흥원 조사관이 언성을 높이며 “저번에 검사받은 게 언제지? 그 이후부터 오늘까지 발신자료 다 챙기라”고 지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조사자의 감정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대목이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법에서 규정한 조사 전 조사원 정보 등을 담은 서면 제출, 조사 때 조사원증 패용 등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A업체에 따르면 신분증을 요구하자 조사원 한 명이 현장에서 도망치는 일도 있었다. 해당 조사원은 사설업체 직원이었다. 반면 인터넷진흥원은 조사원이 도망간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구법과 신법, 일반법과 특수법이 있으면 후자를 우선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이 전자, 전기통신사업법이 후자이기에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변작 여부 및 문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려면 전체 데이터와 대조하는 절차가 필요해 CDR을 수집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수집 때 영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트 갈무리.
▲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트 갈무리.

 

반면 별정업체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이병철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보더라도 관건은 ‘자료의 범위’”라며 “변작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자료요구를 할 수 있는데 그 외의 전체 자료를 달라고 하는 건 포괄적이다. 근거 조문을 봐도 모든 자료를 가져갈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변작검사 때 자료제출 범위로 △변작 등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의 전화 발신을 차단한 경우 해당 전화번호, 차단시각, 발신 사업자명 △수신자가 변작 등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에 대하여 신고한 경우 발신 사업자명 △그 밖에 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계 자료로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 밖의 조치 이행여부 확인을 위한 관계 자료’의 범위를 두고 해석차가 존재한다.

인터넷진흥원은 조사 과정에서 과도한 언행을 한 직원을 ‘경고’징계를 했으며 조사원층 패용 등의 문제는 사업자들 민원 이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진흥원은 또한 조사 때 발신번호, 착신번호, 발신시각, 통화성공여부, 발신 IP주소를 수집하고 있으며 다른 정보는 사업자가 자료 전달 과정에서 임의로 건네는 경우는 있으나 실제 수집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019년 8월22일 인터넷진흥원 반론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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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16 17:14:17
"이게 다 우리 영업비밀이고 이용자 정보인데 무분별하게 빠져나간다” <<< 인터넷진흥원이 민원을 받아드려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개선했으면 좋겠다. 근데, 영업비밀이라는 게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