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가 최근 DHL익스프레스 노사 단체교섭에서 일어난 분쟁을 두고 ‘조정대상이 아니다’라며 자율적 교섭을 권고해 노조 반발을 사고 있다. 노조는 근로조건을 조정대상에 포함해 신청했지만, 노동위원회는 주요 쟁점이 아니라며 사실상 사측 손을 들었다.

공공운수노조 DHL익스프레스지부는 지난달 22일 세 차례 노사교섭 끝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4월 설립한 DHL익스프레스지부는 사측과 단체교섭 규칙 격인 ‘기본협약’을 논의했지만 △교섭시간‧장소 △교섭위원 지위 △체크오프(회사가 조합비를 일괄공제해 노조에 전달하는 시스템) △단체교섭 중 근로조건 변경 금지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저녁 6시 이후 회사 밖에서, 2주에 1회 이하로 교섭회의를 진행하지 않으면 다른 부분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사가 근로조건 결정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어느 한쪽이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중앙노동위는 지난 2일 이 사건이 “조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행정지도’를 내렸다. 중노위는 결정문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보기 어려우며, 실질 논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공공운수노조와 ㈜DHL코리아는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성실히 교섭하여 조속히 원만한 합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행정지도는 조정신청 내용이 노동쟁의(근로조건 결정을 둘러싼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어 행정소송을 걸지 못한다.

▲중앙노동위원회 로고.
▲중앙노동위원회 로고
▲DHL 홍보자료 갈무리
▲DHL 홍보자료 갈무리

중노위의 이번 ‘행정지도’ 결정은 이례적이다. 조정대상인 기본협약이 △체크오프 △특별격려금 △단체교섭 기간 근로조건 변경 금지 등 노조원의 근로조건과 직결된 사안을 담고 있어서다.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지상서비스지부는 최근 유사한 사안으로 노동위에 조정신청해 노측 쟁의행위를 인정하는 조정중지 판단을 받았다. 쿠팡지부의 경우 노동위가 나서 조정이 이뤄졌다.

이경호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중노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가운데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DHL코리아를 서울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교섭해태로 고발했다. 노조는 DHL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리저널)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두고 “조정신청 내용이 근로조건과 명확한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유사 사안에서 다른 결정례가 있어도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