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때문에 젊은이들 머리에 뿔이 난다’. 젊은 층이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으로 무게중심이 척추에서 후두부로 이동해 후두부 부위의 뼈가 점점 자라 뿔 모양의 돌기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워싱턴포스트를 보고 쓴 기사다.

이후 중앙일보, KBS, 한국일보, 허핑턴포스트 등이 따라 썼다. 그러나 이 기사는 사실이 아니었다. 연합뉴스는 워싱턴포스트가 팩트체크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 쓴 언론사들은 연합뉴스가 팩트체크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미디어오늘과 구글코리아·서강대 언론대학원이 공동 주최한 ‘이노베이션 저널리즘 스쿨’ 셋째 날 강연자로 나선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기자들에게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기자는 의심병을 갖고 집요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널리즘이 신뢰를 받기 위해 팩트체크를 ‘팩트체크 저널리즘’만이 아닌 모든 저널리즘에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기자들이 쓰는 일상 기사에서 팩트체크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준일 대표는 한국 언론의 문제로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기사를 수정할 때 이 기사가 몇시에, 왜 바뀌었는지 알리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가 있어서 기사를 수정하는데 이를 밝히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긴다”며 “언론을 불신하니 일반인들은 기사가 이상하다 싶으면 캡쳐해 둔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퍼링크 사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이퍼링크’를 통해 언론은 근거의 출처를 분명히 언급하고 스트레이트 기사에 담지 못한 풍부한 맥락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언론과 달리 한국 언론 다수는 이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다. 출처 명시에 소홀하고, 포털에서 하이퍼링크를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김준일 대표는 맥락 저널리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 상황이 왜 중요한지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기자 본인은 매일 그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알지만 독자는 모른다. 링크를 넣어주든지 맥락을 설명해서 넣어야 한다.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 김양순 KBS 기자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엔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김양순 KBS 기자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엔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앞서 첫 강연자로 나선 김양순 KBS 기자는 ‘팩트체크 실전 이론’을 강의하며 정파적인 팩트체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가 말한 ‘우리는 좌든 우든 정확하지 않은 발언에 주목하고 불편부당하고 비당파적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김양순 기자는 팩트체커의 기본 소양으로 △웹검색은 취재의 기본으로 활용할 것 △구글링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 것 △신뢰할 만한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것 △정보공개청구를 잘 활용할 것 △당사자 반론을 반드시 실을 것 △찬반 전문가 2명 이상에게 자문할 것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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