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원욱 의원이 주 52시간 근로제 유예를 골자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 발의자로는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고용진·이규희 의원,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을 비롯해 총 22명의 민주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해당 개정안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지금보다 단계적으로 더 늦게 시행하는 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상시 근로자 규모가 50명 이상 300명 미만인 사업장은 내년(2020년) 1월부터,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내후년인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준수해야 한다. 개정안은 △200명 이상 300명 미만은 2021년 1월 △100명 이상 200명 미만은 2022년 1월 △50명 이상 100명 미만은 2023년 1월 △5명 이상 50명 미만은 2024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법안을 발의하며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심화, 일본수출규제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중소 제조업계에서 주 52시간 노동시간 시행에 우려가 매우 커지는 상황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대폭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에 비해 근로조건이나 재무상태가 취약한 중소벤처, 소상공인들은 제대로 준비도 못하는 실정이다. 주 52시간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예 제도를 통해 기업이 수용 여건을 충분히 마련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민중의소리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민중의소리

이에 노동계는 일본 수출 규제를 ‘빌미’로 기업 민원을 들어주고 노동자에게 피해를 안기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법안 준비 소식을 접한 민주노총은 6일 “평생 정치권만 맴돌며 노동과 무관하게 살아온 이답게 틈만 나면 민주노총 험담을 내놓던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노동자와 경제 팔이에 나섰다”며 “민주당과 정부의 뜬금없고 궁색한 노동개악 끼워넣기 시도에 경고한다. 일본 무역규제를 핑계 삼아 노동자 안전을 팔아 얻을 것은 재벌의 값싼 환심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12일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정부의 수출규제를 핑계로 산업안전조치 간소화, 장시간 연장노동 허용,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등의 노동기본권을 허무는 대책을 쏟아냈다”며 “경제 위기를 핑계로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노동기본권을 훼손해온 것은 과거 보수 정권의 전형적인 반 노동정책이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철에만 '노동'을 찾는 과거 정권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 1년이 넘었고 계도기간도 3개월이나 연장했음에도 또 다시 준비 부족을 운운하는 건 참으로 어이없다”며 성명을 냈다. 정의당 정책위는 “최근 일본의 경제전쟁 도발을 계기로 정부‧여당은 여러 차례 노동시간 유연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며 “국난을 기회 삼아 재벌·대기업 숙원을 풀어주려는 정부·여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자를 희생시키려는 모든 계획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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