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들어도 으스스한 ‘특수공갈죄’. ‘2인 이상이 위력을 쓰거나 흉기를 이용해 타인을 협박·폭행함으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범죄행위’를 일컫습니다. 엄청난 흉악범이거나 파렴치한일 가능성이 큽니다.

8월11일 호반건설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7월29일 호반건설 측은 서울신문과 공식 면담을 갖고(…) 서울신문 측 참석자들은 호반건설이 인수한 서울신문 지분을 우리사주조합에 전량 무상출연하도록 요구했고, 이에 응하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지분을 넘기지 않으면 비방기사를 계속 게재하겠다는 협박을 했으며’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신문 관계자들을 특수공갈죄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서울신문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닙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와 책임을 배반한 것입니다. 사법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사실이라면 호반이 아니라 제가 먼저 나서서 내부비판을 하고, 관계자를 고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호반의 이 자료는 새빨간 거짓에 근거한 주장일 뿐입니다. 7월29일 만남 전인 7월21일 호반건설 계열사인 KBC광주방송 관계자가 서울신문 측에 먼저 연락을 했고, 이틀 뒤인 23일 서울신문 노조지부장과 만났습니다. 그 뒤 호반 측에서 두 차례의 실무대화, 12차례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일부는 증여하고, 일부는 액면가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호반의 지분을 무상 증여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등 의견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오히려 서울신문 측은 반신반의했습니다. 상장되지 않은 개인기업이라 저런 경영적 판단이 가능한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7월29일 만남 당시 서울신문 쪽에서 점잖게 사전 실무대화 내용에 대해 확인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최승남 호반그룹 대외협력실장은 이러한 거짓에 기초한 내용을 8월7일자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도 반복 언급하며 서울신문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법과 자본을 앞세워 언론을 겁박하려는 시도입니다.

▲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신문(왼쪽 사진)과 서초구 양재대로2길에 위치한 호반건설 신사옥
▲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신문(왼쪽 사진)과 서초구 양재대로2길에 위치한 호반건설 신사옥

이에 앞선 지난 6월25일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3대 주주로서 포스코가 갖고 있던 지분 전량(19.4%)을 전격 인수했습니다. 대주주에게 어떤 통보도 없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었습니다. 서울신문으로서는 호반이 과연 언론사 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는 기업인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갖고 있는 기업인지 검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함께 객관적 사실과 자료에 근거해 취재를 했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사를 기업의 사적 이익 담보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무자격 언론사주’가 곳곳에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115년 역사의 공익언론을 추구하는 서울신문사의 주주가 된다는 것은 공공성, 자율성, 독립성, 사회적 책임성 등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같은 것입니다. 서울신문이 기업과 사주 이익 실현을 위한 ‘방패막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민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도 기업이 언론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편법 증여, 일감 몰아주기, 공공택지 분양 과다 수익 확보와 같은 시장 질서 문란 행위는 국민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는 공공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호반 사태’는 단순한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닙니다. 기업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시장 질서를 정상화해 사회와 시민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언론의 기본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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