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막말 담화, 文정부 비판에 활용

북한의 거친 담화가 도마에 올랐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한국을 향해 “겁먹은 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같은 거친 표현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에 불편을 심기를 드러냈지만 표현은 지나쳤다.

13일자 아침신문들은 북한 담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3일자 1면 머리기사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희망안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도 이날 1면에 ‘北 막말 담화에 靑, 대미 협상 의지 밝힌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북한의 막말 담화에 우리 정부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문의 진의가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면 (북미)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쓰는 언어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며 “어감까지 일일이 거론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과연 지금 시점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11일 담화에서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 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 놓는다”며 국방부장관의 실명까지 담화에 담았다.

▲ 13일자 조선일보 3면(왼쪽)과 동아일보 1면(오른쪽 상자).
▲ 13일자 조선일보 3면(왼쪽)과 동아일보 1면(오른쪽 상자).

보수신문과 자유한국당은 북한 담화를 일제히 문재인 정부 무능을 비판하는데 활용했다. 조선일보는 13일자 3면에 ‘겁먹은 개 듣고도… 靑, 北담화문은 쓰는 언어 달라, 진의가 중요’라는 제목으로 현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는데 활용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왜 한마디 반박도 못 하나, 총선 때 (김정은에게) 신세 지려고 지금부터 엎드리고 있는 건지 국민은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국에서 일본 제외’ 조선·중앙일보 시각 차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13일자 5면에 이 소식을 ‘화이트국가서 일본 제외… 文대통령, 감정적 대응 안돼’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대응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이 엇갈린 목소리를 낸다는 뜻의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지난 2일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는데 열흘 만에 ‘한일 간 밝은 미래’를 강조하면서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대일 대응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투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 맨마지막 문장에서야 대통령이 강경 입장에서 후퇴한 이유를 “청와대와 여당이 역할 분을 통한 ‘강온 전략’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13일자 6면에 ‘한국도 화이트국서 일본 제외했지만 협상 여지는 남겼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부가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적용해 온 우대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과의 협상 여지는 열어뒀다”고 썼다.

▲ 13일자 조선일보 5면(위)과 중앙일보 6면.
▲ 13일자 조선일보 5면(위)과 중앙일보 6면.

중앙일보는 이날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일본 배제를 발표하면서도 “의견 수렴 기간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대목에 집중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이 우리에게 하던 방식으로 똑같이 맞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다”고까지 발언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 제목대로 정부가 일본과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쪽에 힘을 실어 조선일보와 상당히 다른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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