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최재성)가 12일 국회에서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특위는 지난 7월25일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기자들과 한차례 공개적 질의응답을 가졌으나 오늘은 처음부터 일본 기자에게만 질의권을 주는 간담회를 준비했다. 여당이 특정 국가의 외신기자들만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준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기자만을 위한 간담회를 준비한 이유를 묻는 산케이신문 기자 질의에 김민석 특위 부위원장은 “일본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다. 일본언론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상호 주장을 실어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일본언론의 취재에 응할 것이며 어떤 형태의 토론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일 간) 상호 가짜뉴스가 많다. 일본언론이 (우리의) 논점과 주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기회를 주는 게 한일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최재성)가 주최한 주한 일본언론 간담회. ⓒ연합뉴스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최재성)가 주최한 주한 일본언론 간담회.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NHK기자 질문에 최재성 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 소재 장비에 대한 구조전환 대책을 내놓는 등 방어적 조치를 취해왔다. 일본은 전략물자 불안문제로 (한국) 경제침략 이유를 댔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전략물자 통제에 대해 일본 상황을 살펴봤다. 전략물자 불량국인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는 불가피하다”며 이번 결정은 “방어적 조치”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들이 포함돼 있던 ‘가’ 지역을 ‘가의1’ 지역과 ‘가의2’ 지역으로 세분화해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일본경제신문 닛케이 기자는 한국 정부가 지금껏 여러 차례나 부품 소재 국산화 계획을 세워 발표했는데, 아직까지 핵심부품 소재를 일본에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가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사실상 이번에도 일본 의존구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전제가 깔린 질문이었다.

이에 최재성 위원장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경쟁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삼성이 받쳐주고 있었던 이 구조를 깨자고 한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한 뒤 “일본의 조치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을 가지려면 분업구조를 깨지 말자고 해야 한다”고 했으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90% 넘는 품목이 당장 수입 대체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최재성)가 주최한 주한 일본언론 간담회. ⓒ정철운 기자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최재성)가 주최한 주한 일본언론 간담회. ⓒ정철운 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WTO 위반 소지를 묻는 산케이신문 기자 질의에 김민석 부위원장은 “(불매운동은) 한국 국민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국민적 운동이다. (정부 관계자) 누구도 먼저 불매운동하자고 선동한 적이 없다. 국민들이 선동에 휘둘릴 만큼 민주주의 역량이 낮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정치·경제 분리와 자유무역의 원칙을 깨고 부당한 보복을 시작한 곳에서 WTO 규정에 어긋나게 불매운동을 (정부측이) 사주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는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도쿄나 후쿠오카, 오사카, 삿포로 같은 관광지역으로 여행 금지구역이 확대될 수 있느냐는 TV도쿄 기자의 질문에 최 위원장은 “일본 정부에서 방사능오염에 대해 은폐·축소하며 올림픽 선수단 식단에 후쿠시마 음식을 올리겠다고 해서 (이 경우) 여행 금지의 네 가지 단계 중 하나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는데 (발언이) 왜곡됐다. 방사능 오염도가 초과 되는 지역이면 여행 금지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마이니치신문 기자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제안했던 ‘1+1’ 해법을 지금도 지지하는지, 또는 다른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특위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민석 부위원장은 “강제징용판결의 기본 정신은 대한민국 정부, 헌법에 담겨있는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가 따로 할 얘기가 없다. 아베가 답을 가져와야 한다”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강제동원에 책임이 없는 한국기업과 배상책임이 있는 일본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이른바 ‘1+1(한국기업+일본기업)안’을 대국민 설명이나 피해자들과 상의 없이 갑자기 내놓았다. 여기서 한국기업은 포스코 등 1965년 한일협정으로 받은 ‘독립축하금’ 혜택을 받은 기업 등을 의미한다. 

한편 지난 외신기자회견에 이어 이날도 특위와 일본 기자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김민석 부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2차대전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8월15일은 일본에게 패전일이다. 일본 천황이 항복선언 한 날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아베 총리가 일본이 유일한 피폭국가라고 했다. 억울한 희생자인 것처럼 표현한 보도를 봤는데 일본은 피폭국가 이전에 전범국가”라는 식으로 일본 기자들이 민감할 수 있는 지점을 자극하며 날을 세웠다. 

또한 최재성 위원장은 국내 정치권에서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론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식단을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올림픽에 참가할 거냐고 질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지목해놓고 (일본이) 지소미아를 연장하겠다고 말하는 모순을 보인다”며 지소미아 폐기론의 원인제공은 일본이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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