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 했다. 

조국 내정자는 이날 2시30분 이 건물 1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의 플래시를 받은 뒤 포토라인에 서서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의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서해맹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서 읊은 한시로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다짐하니 초목이 알아듣는다’는 내용이다.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전투를 앞두고 굳은 맹세와 다짐을 했듯 자신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국 내정자는 이날 “겸허한 자세로 인사청문회에 임하겠다. 정책 비전에 대해서도 꼼꼼히 준비해서 국민들 앞에 보고 말씀 드리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옮겼다. 기자들이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답변은 하지 않았다.

▲YTN 보도화면 갈무리.
▲YTN 보도화면 갈무리.

조국 내정자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는 그 어느때보다 언론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임명은 그 자체가 신 독재국가의 완성을 위한 검찰의 도구화”라고 주장한 뒤 “조 전 수석의 임명 강행은 야당과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두고 “사법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로 판단한다”고 말하며 인식의 간극을 드러냈다. 

현재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에는 “학문과 앙가주망의 변증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앙가주망’은 ‘지식인의 사회참여’라는 뜻으로, 최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폴리페서’ 비판에 ‘앙가주망’으로 반박하는 모습이다. 

조국 내정자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장 최근 게시물은 1920년 항일운동을 담은 영화 ‘봉오동 전투’의 포스터다. 그는 포스터와 함께 “정신나간 일부 한국인들이 한일병합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독립군들은 불법반도, 친일파들은 준법을 잘하는 애국자가 되고, 임시정부는 반국가단체가 된다”고 개탄했다. 
 
앞서 조국 내정자는 2017년 5월10일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으며 7월26일 물러났다. 지난 6월25일자 한겨레 보도를 통해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기 위해 사전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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